현재 수주 물량이 일감 반영되려면 1년 걸려…공백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한동안 '수주절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업계에 '일감 절벽'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수주 물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새롭게 수주한 실적은 아직 생산 현장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조선 같은 수주 산업은 일반적으로 수주 계약을 마무리한 뒤 1년가량 설계·구매 같은 선행작업을 진행한다.
올해 들어 굵직한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년 중반까지는 '일감 공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로 인해 업체별로 무더기 유휴인력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하반기에만 최대 총 5개의 도크 가동을 추가로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소·항만 등에 자리잡은 도크는 선박을 건조하거나 수리하는 시설이다.
우선 지난해 6월 이후 도크 2개의 가동을 이미 중단한 현대중공업은 하반기에 군산조선소(7월 1일 가동중단) 포함 2~3개 도크를 가동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일감이 없어서 도크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1972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올해 말이 되면 전체 11개 가운데 최대 5개의 도크가 텅 비는 사태까지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도크가 비게 되면 현대중공업의 전체 인력 수 1만6천여명 가운데 5천여명이 하반기부터 유휴인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2015~2016년 3천5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대중공업은 이미 엔진사업부·해양사업부 일부 직원을 중심으로 순환휴업을 진행하고 있다. 순환휴업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노조와의 임단협 협상 타결에 집중하기 위해 잠정 보류한 상태다.
삼성중공업의 상황도 심각하다.
전체 8개 도크 가운데 하반기 1~2개의 도크를 가동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하반기 가동 중단 예상 도크 수는 최대 5개가 된다.
삼성중공업의 예상 유휴인력은 1천명 이상이며 전체 직원 수는 1만2천여명이다. 지난해 2천여명의 직원이 퇴직한 삼성중공업은 자구계획에 따라 내년 2천~3천명을 더 감축할 계획이다.
현대미포조선도 4개 도크 가운데 1개를 하반기에 잠정 가동 중단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감이 떨어짐에 따라 현대미포조선는 유급휴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도 지난 3월부터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잔량(4월 기준 106척)이 많아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휴인력이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역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상화 요청이 일고 있는 군산조선소와 관련해 예정대로 내달 1일부터 가동을 중단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시까지 한 사안이고 건조물량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대안이 없다"며 "유지·보수 인력을 남겨두는 만큼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재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15일 전북도청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희망적인 방안을 찾겠다"며 "정부는 군산은 물론 전북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군산조선소의 정상화 방안을 다각도로 찾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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