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포상금, 재산으로 간주해 자격 박탈
리우 패릴럼픽 보치아 금메달리스트 정호원의 눈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대표팀 김아무개 선수가 결승전에서 기권했습니다."
앞으로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결승 무대에서 이런 장내 방송이 들릴지도 모른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장애인 선수가 패럴림픽 금메달을 획득해 포상금을 받을 경우,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보치아 종목 세계랭킹 1위이자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정호원(31·속초시 장애인체육회)은 최근 행정당국으로부터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받은 포상금이 재산으로 잡혀 자격 한도를 넘어섰다는 게 이유였다.
현재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정부로부터 포상금 6천만원을 받는데, 이는 관련 법에 의거한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재산(5천400만원·대도시 기준)을 초과하게 돼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이런 사실은 최근 정호원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장애인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패럴림픽 포상금으로 자격을 박탈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당시 관련 규정을 손본 적이 있다. 생활이 힘든 장애인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해 연금을 받게 될 경우,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지적이 일자 연금을 재산 기준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관계 법령에 포상금 규정을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장애인스포츠 활성화와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포상 기준을 동일하게 결정했다.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는 6천만원, 은메달은 3천만원, 동메달은 1천800만원을 받는다.
관련 법은 그대로 유지됐고, 기초생활대상자인 정호원이 포상금으로 재산 자격 기준을 초과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했다.
권철현 보치아 대표팀 코치는 16일 전화통화에서 "포상금이 예외 규정으로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최근 정호원이 기초생활수급대상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알게 됐다"라며 "정호원은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이유로 의료, 주거, 교육 혜택을 모두 잃게 됐다"라고 전했다.
보치아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공을 굴려 점수를 쌓는 종목이다. 경제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중증 장애인들이 하는 종목이라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많다.
현재 보치아 대표팀 11명 중 4명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권철현 코치는 "패럴림픽 메달이 기초생활수급권 자격 박탈로 이어지게 됐다. 생활이 힘든 장애인들은 운동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수급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 예외로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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