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참치잡이선 선장 이재옥·오성유 씨 "어선현대화, 선원처우 개선 등 서둘러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거친 바다와 싸우면서 잡은 물고기를 수출해 나라 발전의 초석을 놓은 선원들의 희생과 노고를 잊지 말고, 원양어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해 주기 바랍니다."
16일 오후 부산시 서구 충무동에 있는 한국원양어선선장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전직 원양어선 선장 이재옥(73) 씨와 오성유(73) 씨는 활력을 잃어가는 원양어업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1944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고교를 졸업하고 부산의 한국어업기술훈련소(현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교육을 마치고 1971년과 1970년에 처음 참치잡이 배를 탔다.
이 씨는 2005년, 오 씨는 1992년에 선장 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34년과 22년 동안 인도양, 태평양, 대서양을 누비며 참치를 잡았다.
현재 한국원양어선선장협회장을 맡은 이 씨는 새 정부에 섭섭함을 표시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국가유공자, 파독 광부와 간호사, 민주화운동희생자, 6·25전쟁 영웅 유족 등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 원양어선 선원은 빠진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새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해양수산 분야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해 많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초청하면서 먼 타국 바다에서 목숨 걸고 외화를 벌어 경제발전의 초석을 놓은 원양어선 선원들을 제외한 것은 수산업에 대한 무관심 내지 홀대를 보는 것 같아 섭섭하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오 씨는 "원양어선원들은 한번 출항하면 2~3년씩 육지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바다 위에서 지내며 거센 파도와 씨름하면서도 '내가 잡은 참치가 외화를 벌어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자긍심으로 일했다"는 그는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가 이런 원양어선원들의 희생과 노고를 제대로 알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 씨는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정부가 수산업을 너무 소홀히 한다"며 "국민의 소중한 식량 공급원인 바다와 원양어업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 이후 노후 어선을 대체하는 계획조선을 중단하는 바람에 원양어선 대부분이 선령 30년을 넘길 정도로 낡았다"며 "낡은 배에서는 언제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른다. 그런 배에서 일하는 선원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하루빨리 어선현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일본, 중국처럼 정부가 원양선사에 장기 저리로 자금을 지원해 낡은 배들을 매년 일정 물량 새 배로 교체하면 어려움을 겪는 중소 조선사들도 살릴 수 있다"며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원양어선을 타면 육지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다. 한번 조업을 나갔다 오면 집을 사거나 가게를 운영할 밑천 정도는 마련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임금 수준이 오히려 낮아 승선을 기피하는 요인이 된다며 선원들의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2~3년씩 가족과 떨어져 먼 타국 바다에서 힘들게 일해도 돈이 적고 복지혜택도 부족하니 누가 배를 타려고 하겠나. 일반 선원들은 외국인들로 바뀐 지 오래됐고 간부 선원들도 오래 근무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바꿔야만 원양어업의 부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이 씨는 "일본에서는 원양어선원으로 20년 이상 승선하면 국민연금 외에 별도의 연금혜택을 누리고, 유럽에서는 승선 기간에 낸 세금을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 돌려받는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주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나라도 원양어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면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원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두 사람 모두 "우리 원양어업의 부흥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업계의 자구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거듭 주문했다.
세계 어자원 감소로 수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어선현대화 등이 이뤄지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어선현대화, 선원처우 개선, 고부가치산업화 정책을 펴는 한편 어자원을 가진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 제공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쿼터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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