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6일 세상을 떠난 배우 윤소정은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스크린, 브라운관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였다.
1944년 서울생인 그는 영화감독 윤봉춘과 고등학교 연극반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오빠 역시 영화 '뽕'과 '장군의 아들' 시나리오를 쓰고 '살어리랏다'를 연출한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인 윤삼육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를 접했던 그는 중·고등학교 때는 태평무 명예보유자였던 무용가 강선영에게 배우며 무용을 했다.
그러다 1964년 동양방송(TBC) 1기 탤런트로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탤런트 김세윤과 선우용녀가 그의 동기다.
배우 생활은 방송으로 시작했지만 1966년 6월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극단 자유의 연극 '따라지의 향연'으로 정식 데뷔한 이후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했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 등에서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TV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연극을 시작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극단 자유와 산울림, 뿌리, 물리 등에서 활동하며 50년간 무대를 지켰다. 중견 여배우들이 전형적인 어머니 역할을 주로 했던 것과는 달리 개성이 강한 선 굵은 역할을 맡았으며 역할 때문에 '불륜 전문 배우'로 불리기도 했다.
출연작으로는 '산불', '초분', '부도덕 행위로 체포된 어느 여인의 증언', '신의 아그네스', '배장화 배홍련',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졸업', '잘자요 엄마', 강철', '블라인드 터치', '33개의 변주곡', '에이미' 등이 있다. 연극으로는 지난해 7∼8월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던 '어머니'가 마지막 작품이 됐다.
연극 분야에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남겼다. 동아연극상을 두 차례 수상한 것을 비롯해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인기상, 서울공연예술제 개인연기상, 이해랑 연극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연기상, 히서연기상 올해의 배우상 등을 받았다.
연극 외에도 '대망', '잘했군 잘했어', '내 딸 꽃님이', '청담동 앨리스', '결혼의 여신', '폭풍의 여자' 등 수많은 TV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가장 최근에는 사전제작으로 촬영을 끝낸 SBS TV '엽기적인 그녀'에 자혜대비역으로 출연했다.
영화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1997년 '올가미'에서 아들에 집착해 며느리에게 복수하는 광기 어린 시어머니 역할로 주목받았다. 이후 '왕의 남자', '이재수의 난', '표절', '실제상황',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사랑해! 진영아'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2011년에는 영화 '하루'로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1976년 배우 오현경과 결혼했으며 역시 배우로 활동하는 딸 오지혜와 함께 배우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오지혜와는 2004년 연극 '잘자요, 엄마'에서 모녀로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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