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런던 24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 현장을 다시 찾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메이 총리는 이날 화재 현장 인근에 있는 교회를 찾았다. 실종자들의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다.
메이가 교회 안에서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는 사이 점점 많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고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많은 사람이 'PR 스턴트'(시선을 끌려는 연출된 행사)라고 소리쳤다.
교회 밖에선 "퇴진하라"는 외침이 나오기도 했다.
40분가량 머문 메이가 떠나려고 교회 밖으로 나서자 밖에서 기다리던 70여명의 무리가 '창피 주겠다'고 외치며 메이 총리에게 접근하려고 했다.
메이가 재규어 승용차에 타는 동안 경찰관들이 팔을 벌려 이들의 접근을 가로막는 모습이 연출됐다.
재규어는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고 이에 사람들이 달려가 뒤따르자 경찰들이 물리력으로 막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현장에서 돌아온 메이 총리는 집을 잃은 주민들의 거처 지원 등을 위해 500만파운드(약 7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참사 이튿날인 전날 뒤늦게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를 만나는 대신 소방 관계자들만 만나고 떠나 가뜩이나 들끓는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총리가 떠난 직후 현장을 찾은 노동당 코빈 대표는 이번 참사로 실종된 12살짜리 딸을 찾는 한 여인을 끌어안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텔레그래프는 "테리사 메이의 냉정하고 무감각한 반응이 그녀를 커다란 정치적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평했다.
방송인 아미틀 포틸로는 "테리사 메이가 현장 방문 동안 인도주의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이날 윌리엄 왕세손과 함께 화재 현장을 찾았지만 모습은 사뭇 달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여왕은 현장 인근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를 방문해 그렌펠 타워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 등을 만났는데 "여왕이 그렌펠 타워 주민들을 만날 때 눈에 물기가 어린 것처럼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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