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패션업계도 긴장…하림 등 의혹 대상 기업 촉각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정빛나 기자 = 프랜차이즈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취임하면서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밝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을의 눈물 닦아주기'가 시작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새 위원장이 취임하자 치킨 가격 인상을 유발한 BBQ치킨에 대한 현장조사를 했다.
업계는 치킨 프랜차이즈 다음 차례에 주목하고 있다.
◇ 치킨 '빅3' 백기 투항…가격 인상 없던 일
BBQ는 16일 최근 두 차례 올린 30개 치킨 제품값 전체를 원상복구 하겠다고 갑자기 발표했다.
공정위가 BBQ를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불과 3∼4시간 만에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양계농가 보호와 물가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BBQ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었다.
여론 악화와 공정위 조사 등 전방위 압박 탓에 백기를 들었다고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업계 1위 교촌치킨도 같은 날 치킨 가격 인상 계획을 백지화했다.
업계 2위 BHC치킨은 한 걸음 더 나갔다. 한시적이지만 한 달간 가격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빅3'가 모두 손을 들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BBQ 현장조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가 초긴장 모드로 전환됐다"고 전했다.
◇ "올 것이 왔다"…프랜차이즈업계 '덜덜'
공정위가 치킨 가격 인상 움직임을 '단칼'에 정리하자, 이제 그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에 시선이 집중된다.
을의 눈물이 흐르는 곳이 치킨 프랜차이즈뿐만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치킨 이외의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자영업자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폐업률이 높고, 이 과정에서 가맹 본사의 '갑질'이 고질화됐다.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에 부과한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구매·마케팅·영업지원 명목으로 받는 가맹금)를 둘러싸고 최근까지도 가맹점주들과 법정 싸움을 벌였다.
이달 초 열린 항소심에서 법원은 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계약서상 근거 없이 물린 어드민피를 돌려줘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어드민피를 내기로 합의서를 작성한 가맹점주들에게는 피자헛이 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며 1심 판단을 일부 뒤집었다.
특히 피자헛은 이 문제와 관련, 이미 올해 초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2천600만원을 부과받았지만, 공정위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다른 외식업체들도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아왔다.
9일 공정위는 '죠스떡볶이'를 운영하는 죠스푸드가 본사 부담 점포 리뉴얼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겼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천900만원을 물렸다.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소고기 장조림 등 식자재를 특허받았다고 속여 가맹점에 공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위로부터 4천600만원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가맹본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제, 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협약 미이행, 필수물품 구매 강제를 통한 폭리 행위 등 가맹본사의 '횡포'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여론도 좋지 않은데 가격 인상 등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해봤자 역풍을 맞을 수 있어 튀는 행동을 자제하고 가맹점주에게도 현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 유통·패션업계도 '사정권' 들어가나
유통업계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임기 초반에는 가맹·대리점 거래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이 밝힌 대로 공정위의 칼끝은 일단 프랜차이즈업계를 향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 유통업체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갑질' 문제를 지적해왔기 때문에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불공정거래 논란이 불거지면 유통업체들도 공정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복합 쇼핑몰이 임대사업자로 적용돼 대규모 유통업법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면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수수료율 공개제도를 대형마트·오픈마켓·소셜커머스까지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수료율 공개제도는 납품·입점업체가 백화점, 홈쇼핑 등에 내는 판매수수료를 매년 공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납품업체들이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에 부당한 수수료를 내지 않게 하려고 2012년 도입됐다. 현재 백화점과 홈쇼핑만 적용받고 있다.
정부는 하도급거래 등과 관련해 고의적인 행위로 발생한 피해에는 3배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도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의무휴업, 출점 제한 등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갑질' 주범으로 지목되면 자칫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업계는 이래저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갑을관계 개선 노력을 계속해왔지만, 협력업체 문제 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며 "시범 케이스가 되면 큰일이어서 더욱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개사는 지난해 5월 부당감액·부당반품·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220억원, 10억원, 8억5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후 대형마트들은 '갑질'을 한 임직원에게 즉시 정직·해고 등 중징계 처벌을 내리는 등의 자율시정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앞으로 납품업체, 협력업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가 불공정 하도급 관행 개선에 대대적으로 나서면 유통뿐만 아니라 소비재 기업 전반이 사정권에 포함된다.
최근 패션잡화 브랜드 MCM으로 잘 알려진 성주그룹의 납품업체들이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며 성주디앤디를 공정위에 고발하면서 '갑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패션·뷰티업계의 '갑질' 여부를 공정위가 들여다볼 것이라고도 관측하고 있다.
양계사업으로 출발해 최근 재계 30위 대기업으로 성장한 하림도 긴장하고 있다.
하림은 회장이 25세 아들에게 편법으로 회사를 물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으로 지목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문제와 관련해 법률 개정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면서 하림을 거론했다.
김 의장은 "최근 편법 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살의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다시 느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