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의 역사현장을 돌아보는 네 번째 길이 개통됐다.
제주도는 17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금악초등학교 옆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에서 지역 주민과 4·3 희생자유족회 회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악마을 4·3길' 개통식을 했다.
참가자들은 개통식 후 6.5㎞의 웃동네 가는 길을 걸으며 4·3 당시 마을이 모두 불에 타 없어졌던 이야기를 들었다.
도는 지난 2월 공모 이후 금악마을 주민과 여러 차례 만나 회의와 현장 답사를 해 웃동네 가는 길과 4.5㎞의 동가름 가는 길을 조성했다.
웃동네 가는 길 중심에 있는 금오름에는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진지 동굴이 만들어졌고, 4·3 때 피난처가 되곤 했다. 이후 대부분 메워지고 현재 2개의 진지 동굴만 남았다. 정상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해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가름 가는 길에 있는 만벵듸 묘역은 한국전쟁 때 예비검속 당시 4·3 가족이란 이유로 잡혀가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에서 학살된 수십 명의 희생자 시신을 수습해 조성한 묘역이다.
금악마을은 예부터 크고 작은 샘과 하천이 많아 밭농사와 목축이 행해진 부촌이었으나 일제강점기 과다 공출과 1946년 콜레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48년 4·3 때 소개령이 내려져 마을 전체가 사라졌다.
지금의 금악마을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3년부터 재건됐다. 1960년 아일랜드 출신의 임피제(맥그린치) 신부가 종돈 등을 들여와 제주 최대의 축산마을이 됐다.
도는 2015년 10월 '동광마을 4·3길'을 처음 개통하고 나서 지난해 '의귀마을 4·3길'과 '북촌마을 4·3길'을 개통했다. 오는 10월에는 '가시마을 4·3길'을 개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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