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업 60년] 외화획득 '효자'에서 쇠퇴…'제2 도약' 대책 필요

입력 2017-06-18 07:30  

[원양어업 60년] 외화획득 '효자'에서 쇠퇴…'제2 도약' 대책 필요

1970∼1990년 전성기…여건 악화로 최근 생산량·수출액 급감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정빛나 기자 =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한국 원양어업은 한때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효자' 산업이었다.

1957년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가 인도양에서 조업을 시작하며 닻을 올린 원양산업은 1960∼1970년대 많은 외화를 벌어들여 경제발전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우리 원양어업은 1990년대 초반까지 누렸던 전성기를 뒤로 한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 "1970년대 초 원양어업 수출 비중, 현재 휴대전화 수준"



한국 원양어업은 제동산업 소속 지남호가 1957년 6월 29일 부산항을 출항해 인도양에서 참치잡이 시험 조업을 하면서 시작됐다.

27명의 선원을 태운 지남호의 출항 이후 한국 원양어업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등 전 세계 어장으로 진출해 수출일꾼 역할을 했다.

18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한국원양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1970년대 초 원양수산물 수출액은 당시 우리나라 수출액의 5% 이상을 차지했다.

1971년 원양어업 수출액은 5천510만 달러 규모로 전체 수출액(10억6천761만 달러)의 5.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수출 효자품목인 휴대전화(6.0%), 철강제품(5.8%), 석유제품(5.3%), 자동차부품(5.0%) 등과 맞먹는 수출 비중이다.

1957년부터 1979년까지 원양산업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외화획득 액수만 놓고 보면 1960∼1970년대 한국 산업근대화에 기여한 산업 일꾼으로 평가받는 파독 광부·간호사, 중동 근로자들보다 많은 것이다.

1달러의 외화도 소중했던 그 시절 독일 파견 근로자들의 송금액은 1965년부터 1975년까지 총 1억153만 달러 규모이다.

이 기간 원양어업 외화획득 금액은 6억6천347만 달러로, 6배가 넘는다.

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외화벌이 규모만으로 파독 근로자들이나 중동 근로자들과 원양어업인들의 역할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과거 우리나라 원양어업이 오늘날 자동차산업처럼 가장 중요한 블루칩 산업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원양산업 수출액은 1958년 6만4천 달러에 불과했으나 1970년 3천800만 달러, 1980년 3억5천200만 달러, 1990년 5억1천700만 달러, 2000년 5억3천900만 달러, 2010년 6억5천800만 달러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외화벌이의 주역이었던 원양산업은 과거의 위상을 잃었으며 경영난도 심해지고 있다.

수출액은 2012년 7억1천2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원양어업 수출액은 4억4천400만 달러로 줄었다.






◇ 활력 잃은 한국 원양산업…어장확보·현대화 필요



1970년대와 비교하면 한국 경제 규모와 산업구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 때문에 원양산업이 더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렵지만, 내부적으로도 점차 활력을 잃고 국제 경쟁력도 떨어지는 모습이다.

생산량은 1970년 8만9천621t, 1980년 45만8천209t 등으로 빠르게 늘었고, 1992년 102만3천926t으로 정점을 찍었다.

해외 어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면서 1990년대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3대 원양강국이었다.

그러나 해외 어장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원양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생산량은 45만4천53t에 머물렀다.

생산량과 수출액뿐만 아니라 어선 수 감소, 어선 노후화, 인력난 등으로 한국 원양산업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주요 어장 연안국들의 입어료 인상, 경제적 지원 요구 등으로 어장확보가 어려워졌다.

1963년까지 10척이었던 한국 원양어선은 1969년 224척, 1974년 757척으로 증가했고, 1977년에는 사상 최대인 850척까지 늘었다.

이후 조업 여건 악화,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점차 감소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255척에 불과하다.

원양업체 수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2002년 131개사에 이르렀던 원양업체는 2015년 67개사로 49% 감소했다.

2002년에만 경영난 악화로 14개 업체가 도산하는 등 해마다 부도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원양산업이 몰락하고 있지만 경쟁국들은 원양어업을 정책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원양어업을 중점 산업으로 선정하고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도 원양어업을 미래형 어업으로 육성하고자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한국 원양산업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우리 원양산업도 제2 도약을 위해서는 과거 전성기를 이끌었던 정부의 정책만큼이나 과감하면서도 세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원양어선 현대화 사업 활성화와 노동 환경 개선, 어장확보 등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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