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변화 막을 '마지노선'인 400ppm 웃돌아
"한국은 온실가스를 줄여도 2030년대부터 온난화 발현"
(하와이=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우리 행성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겠다고 선언한 직후 TV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 때 사용한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차용해 그에게 '반격'을 가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 등 미국 내 인사들도 마크롱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선언을 비판했다.
파리협정은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상승 폭을 유지하고 나아가 섭씨 1.5도로 상승 폭을 제한하는 데 노력하자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작년 9월 파리협정을 비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시리아와 니카라과에 이어 협정에 참여하지 않는 세 번째 나라가 됐다.
국내에서는 미세먼지 문제에 가려 온난화는 다소 뒷전에 놓인 환경문제가 됐지만 지금 세계는 '온난화 전쟁' 중이다.
그렇다면 온난화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은 역설적으로 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제일 먼저 측정한 나라이자 현재도 가장 정확한 측정자료를 내는 나라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힐로섬 마우나로아관측소가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09ppm이다. 이 관측소가 1958년 3월 세계 대기관측소 중 처음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쟀을 때 측정값인 313ppm에 견주면 30.6%나 '짙어'졌다.
마우나로아관측소의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값은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지구시스템연구소(ESRL)가 세계 곳곳에 운영하는 90여개 관측소·관측지점 측정값 평균과 비슷해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여겨진다.
마우나로아관측소에서 잰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3년 5월 9일 사상 처음 400ppm을 넘어섰다. 지구 연평균 농도는 지난해 400ppm에 도달했다.
400ppm은 과학자들과 정책당국자들에게 '마지노선'이었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웃돌면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현재 생태계도 유지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안면도관측소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2년 1월 400ppm을 초과해 마우나로아관측소보다 1년 이상 빨리 마지노선을 넘었다. 이달 현재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인간의 활동으로 평균 섭씨 2도 이상 올라는 온난화가 나타나는 시점은 여름철이 2030년대, 겨울철은 2040년대로 추정된다.
특히 여름철은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인간 활동이 지구에 끼친 영향을 지구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게 되는 경우'에도 온난화 발현시점이 미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작년은 여름철인 6월부터 8월 사이 전국 평균기온이 24.8도로 평년보다 1.2도 높았다"면서 "2030년대는 작년과 같은 폭염이 여름철에 일상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100년 한반도 여름철 평균기온이 섭씨 5도 이상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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