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쪼개기' 약속했지만, 분당으로 인계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이슬기 기자 = 6월 임시국회가 개원하면서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 전신인 옛 새누리당은 임기를 1년씩 쪼개는 방식으로 일부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기로 했으나 분당사태를 겪으며 기존 약속의 유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20대 국회가 열릴 당시 상임위원장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자 옛 새누리당은 임기를 1년씩 돌려 맡는 방식으로 문제를 봉합했다. 상임위원장은 통상 3선급 의원이 맡는 게 관행인데 당내에 유독 3선 의원이 많아서였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옛 새누리당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찢어졌고, 애초 룰대로 상임위원장 '바통터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당시 '1년 만기'로 인수인계 하기로 한 상임위원장은 총 다섯 곳이다. 이 가운데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담판을 지어야 하는 자리는 정무위원장과 국방위원장이다.
정무위원장은 3선의 이진복(부산 동래) 의원이 1년간 맡고 역시 3선인 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이 이어받기로 했지만, 현재 이 의원은 한국당, 김 의원은 바른정당 소속이다.
국방위는 정반대 형국이다. 3선의 바른정당 김영우(경기 포천·가평) 의원이 먼저 1년을 하고,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돌아온 김학용(경기 안성) 의원이 바통을 물려받기로 했다.
그러나 양당 모두 이제 '남남'이 된 만큼 굳이 1대 1 교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위원장 인수인계 약속은 같은 당에 있을 때 한 것이므로 분당 이후인 지금은 조건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무위원장은 애초 한국당 몫인 만큼 마음대로 다른 당에 물려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고, 바른정당 관계자는 "국방위원장은 우리당 몫으로 한국당에 넘겨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4선의 한국당 신상진(경기 성남중원) 의원이 맡았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의 후속타자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탈당한 3선의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조 의원에게 미방위원장 자리를 넘겨주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임기 쪼개기'를 약속한 다섯 자리 가운데 법제사법위원장과 정보위원장은 한국당 안에서 자체 정리를 하면 된다.
법안 처리의 '수문장' 격인 법사위원장은 3선의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이 전반기 1년을 먼저 맡고, 같은 선수의 여상규(경남 사천·남해·하동) 의원이 남은 1년을 맡기로 했었다.
3선의 이철우(김천) 의원이 맡은 정보위원장도 같은 선수인 강석호(영덕·봉화·울진·영양) 의원이 이어받을 차례다.
한국당 지도부는 '상임위원장 임기 쪼개기'는 당사자 간 합의였던 만큼 자율 조정에 맡기되 분란의 조짐이 보이면 중재 등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대선 패배 이후 첫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지도부 선출 이후에나 상임위 임기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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