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거주한 中국적 여성, 법무부에 소송…법원 "이혼은 남편 책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남편과 결혼해 한국으로 왔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 뒤 귀화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난감한 처지가 된 중국 국적 여성이 법원 판결로 귀화할 길이 열렸다.
중국 출신 A씨(47·여)씨는 2008년 9월 조모씨와 결혼한 뒤 그해 11월 배우자 체류자격을 얻어 입국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얼마 못 가 파탄의 길로 접어들었다. 조씨가 술에 취해 들어온 날이면 말대답을 한다며 손찌검을 하기 일쑤였다.
담뱃불로 A씨 얼굴에 화상을 입혔고, 유리컵을 화장대 거울로 던져 파편을 맞은 A씨 얼굴에 상처가 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2011년 7월 가출한 뒤 이혼 소송을 냈다. 서로 위자료 등을 청구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이 이뤄져 이듬해 5월 정식 이혼했다.
A씨는 그로부터 2년 뒤 법무부에 귀화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의 가출도 이혼의 한 원인인 만큼 '간이 귀화'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10월 불허 처분을 내렸다.
국적법은 '일반 귀화' 요건인 '5년 이상 국내 거주'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본인 책임이 아닌 다른 사유로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 '간이 귀화'가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A씨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었다.
법무부는 A씨가 생계유지 능력이 없다는 것도 불허 처분 근거로 삼았다. 국적법 시행규칙은 생계유지 능력을 판단할 심사 서류로 3천만원 이상의 금융재산 증명 서류 등을 꼽고 있는데 A씨가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씨는 "조씨의 폭행으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이혼한 것이고, 생계를 유지할 능력도 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법무부의 귀화 불허 결정이 위법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A씨가 5년 이상 국내에 주소를 두고 거주해 일반 귀화 요건을 충족했는데도 간이 귀화 요건을 따져 불허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A씨의 가출이나 혼인 관계 파탄도 남편의 일방적인 잘못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생계유지 능력도 너무 협소한 기준으로만 따졌다고 지적했다. '재산 3천만원'은 법무부의 재량권 행사에 필요한 자료일 뿐 그 자체가 귀화 요건 심사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 나이가 비교적 젊은 데다 그동안 식당 종업원으로 일해 온 점 등을 볼 때 생계유지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무부는 A씨가 직업을 가질 가능성과 직업 활동에 대한 의지를 가졌는지, 그간 생계는 어떻게 유지해 왔는지 등을 더 조사하고 이를 생계유지 능력 요건 심사에 포함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했다"며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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