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참사 비난에 "더 나은 대응 못하면 불신임안 발의"
"하드브렉시트 노선서 벗어나면 당대표 경선 요구할 것"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집권 보수당 일각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 대응에서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을 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에 실패하면 총리 불신임안을 제기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보수성향 일간 더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보수당 의원들이 선거구 주요 인사로부터 총리 사퇴 요구에 나서라는 압박을 받는 가운데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총리에 대한 신뢰가 수직 낙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당 318명 의원 중 최대 10여 명이 보수당 의원모임인 '1922 위원회'에 이미 서한을 보내 총리 불신임안을 요구할 준비가 돼 있음을 내비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의원들이 이번 주말 지역구 민심 파악에 나서면서 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총리 불신임안이 발의되려면 의원 48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한 의원은 "총리 모습이 보일 때마다 보수당을 더 어렵게 하는 만큼 신속히 그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문자를 지역민들로부터 상당히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각료들도 오는 28일 '여왕 연설'이 부결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총리 축출에 나설 것이라고 사적인 자리에서 얘기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여왕 연설은 정부가 올해 의회 회기에 제출할 주요 입법계획을 뜻한다.
한 각료는 친구들에게 총리의 "정신상태가 걱정된다"고 얘기했고, 메이와 가까운 다른 각료는 "그가 자신에 대한 동정심을 멈추고, 마음을 다잡고 이끌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못하면 떠나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직 각료는 "'여왕 연설' 표결이 중요한 순간이다. 부결될 것으로 보이면 총리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 8일 조기 총선 참패로 사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의회 과반을 상실한 처지에서 새로운 당 대표 선출은 자칫 총선 재실시와 정권을 내주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수당 내부의 인식이 퍼지면서 기간을 정하지 않은 한시적 유임으로 가닥이 잡혔다.
직후 최소 58명이 사망한 서민층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가 집권 보수당 정부와 메이 총리를 향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참사 원인에 집권 보수당의 공공예산 삭감과 안전 불감증이 자리잡고 있고 메이 총리가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아울러 메이 총리는 다른 이유로 사퇴를 위협하는 당내 세력과도 마주하고 있다고 보수당을 지지하는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경파는 조기총선 참패 여파로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 노선에서 벗어난다면 즉각 당대표 재선출을 요구하고 당 대표에 도전하는 움직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관세동맹이나 단일시장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거나 유럽사법재판소(ECJ) 관할에 남으려는 시도가 '쿠데타'의 뇌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영향력 있는 전직 각료는 "만일 총리가 물러서고 있다는 강력한 징후가 보인다면 중대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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