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코스 18∼19일 개장 "웅장하고 탁 트인 느낌…영화 같다"
(울란바토르<몽골>=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칭기즈칸의 숨결이 느껴지듯 비로소 몽골에 온 느낌이에요!"
18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진 헝허르 마을.
차를 타고 마을 초입에 들어서 오밀조밀 모여있는 작은 가게와 식당, 골목길을 따라 2∼3분가량 지났을까. 마술처럼 불현듯 나타난 광활한 초원과 멀리 겹겹이 보이는 복드항(Bogdkhan)산의 능선이 눈 앞에 펼쳐지자 올레꾼들의 입에서 외마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버스에서 내린 올레꾼들은 출발점에 도착하자 제주 올레길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또 하나의 자연과 마주했다.
때 묻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대자연 속에서 구름을 벗 삼아 걸으며 '나'를 발견하는 길, 몽골올레는 시작과 함께 그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몽골올레 1코스인 일명 복드항 산 코스는 사냥이나 벌목 등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된 집중보호구역에 조성됐다.
복드항 산은 날 것 그대로의 수려한 풍광을 간직,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도보여행장소임에도 몽골올레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방향표시가 된 트레킹 구간은 없었다.
인위적인 조작 없이 최대한 자연의 본 모습을 보전하며 길을 찾아내는 '올레 정신'에 가장 적합한 길이다.
몽골올레 개장행사에선 몽골 전통 공연이 펼쳐졌다.
말머리처럼 생긴 몽골 전통 악기 마두금 연주와 몽골 전통 노래는 긴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는 듯했다.
올레꾼들이 몽골의 자연뿐만 아니라 문화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주올레 측의 작은 배려였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힘차게 첫발을 디딘 몽골올레.
한국에서 온 올레꾼과 현지 걷기 동호회 회원, 지역 주민 등 500여 명이 긴 줄을 지어 복드항 산허리를 지나는 장면은 몽골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관이었다.
반복된 4개의 능선 가운데 첫 번째 언덕 정상에 오르면 다시 한 번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웅장한 대지에 놀라게 된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대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다.
언덕 정상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돌을 쌓아 만든 성황당인 '어워'가 올레꾼을 반긴다.
몽골인들은 '어워' 주위를 세 바퀴 돌면서 삶의 터전이자 경배의 대상인 대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다른 돌 하나를 더 얹고는 지나간다.
적재적소마다 제주올레의 표지인 조랑말 모양 '간세'와 화살표, 리본이 방향을 이끈다.
색깔은 제주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함께 울란바토르시의 로고 색깔 중 하나인 노란색을 사용해 제주올레와의 통일성을 살리고, 몽골 지역의 정체성을 담았다.
여러 대륙을 아우르는 거대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이라 해서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광활한 자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겨우내 혹독한 추위와 건조한 봄의 흙바람을 이겨내고 빼꼼히 얼굴을 내민 야생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번 초행길에서는 잠시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몽골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 때문에 야생화와 푸른 초지가 자라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왼편 먼 산에는 침엽수림이, 오른편에는 기찻길이 있어 베이징에서 출발해 모스크바까지 간다는 기차를 만나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
이렇게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사이 어느새 종점인 톨주를랙 마을 기찻길에 도착한다.
출발점에서 종점까지 14㎞가량 걷는데 5∼7시간이 걸린다.
19일에는 몽골올레 2코스인 일명 칭기스(Chinggis)산 코스가 개장했다.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고르히-테렐지국립공원'에 있다.
4개의 능선이 교차하며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다가 후반부에 완만한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1코스와는 달리, 시작 지점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오는 2코스는 초반 평지구간과 후반 산 구간으로 나뉘어 풍광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11㎞의 길이다.
초원과 거대한 높이의 화강암 덩어리, 몽골 동북부의 젖줄인 톨 강이 장관을 이룬다.
제주올레와 규슈올레에 이어 이번 몽골올레까지 모두 참여한 이주희(66·인천)씨는 "아기자기한 멋의 제주·규슈올레와 달리 몽골올레는 아무런 장애물 없이 웅장하고 탁 트인 느낌이 대단했다"며 "특이한 점이라면 앞선 참가자와 뒷선 참가자를 눈만 돌리면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어 마치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출발지와 중간지점, 종점 등 3곳에서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어 솔직히 걱정됐지만, 생각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주올레 스태프진의 세심한 배려, 준비된 맛있는 도시락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박연희(35·서울)씨는 "굉장히 더울 줄 알았는데 막상 오니까 거친 바람과 함께 칭기즈칸의 숨결이 느껴지듯 비로소 몽골에 온 느낌이 난다"며 "제주올레처럼 몽골올레도 한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몽골 현지인들한테도 사랑받는 널리 널리 알려지는 좋은 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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