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총선 압승 기쁨도 잠시…주요 노조들 한바탕 일전 예고

입력 2017-06-19 06:23   수정 2017-06-19 14:09

마크롱, 총선 압승 기쁨도 잠시…주요 노조들 한바탕 일전 예고

온건성향 노조 "사회긴장 심각…노동개혁 쥐어짜면 결집해 맞설 것"

강성노조들, 총선 끝나자마자 대규모 집회…마크롱 제1과제 '시험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집권당이 총선에서 과반의 압승을 거두자마자 새 정부의 제1 국정과제인 노동시장 유연화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한바탕 '일전'을 벼르고 있다.

온건성향의 최대 노동단체가 입장을 선회해 정부의 강행 추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을 한 가운데 강성노조들은 총선 다음날부터 곧바로 파리 시내서 대규모 거리집회에 나선다.

먼저 '노동개혁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성급한 추진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온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 민주노동총동맹(CFDT)은 총선 당일 '마지노선'을 제시하며 정부에 경고장을 던졌다.

로랑 베르제 CFDT 위원장은 주간 '주르날 뒤 디망슈'와 18일자 인터뷰에서 "(정부와 여당은) 승리에 도취할 여유가 없다"며 "정부가 우리를 쥐어짜면 결집해 맞서겠다"고 말했다.

베르제 위원장은 "야만적 규제 완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파트너들과의 관계 악화를 택할지, 아니면 (산별노조 중심의 현 체제를 개선해) 개별노조 권한을 강화하고 기업 안에서 논의의 장을 강화하는 새로운 사회협약을 맺을지를 택하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압박했다.

마크롱은 노동개혁을 대통령 법률명령(Ordonnance) 형태로 추진할 근거를 새 의회에서 이달 말까지 마련한 뒤, 바캉스 시즌이 끝나는 8월 말까지 노조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설득·압박전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휴가철을 집중 추진 기간으로 설정한 것은 노조들이 현실적으로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기 어려운 점을 파고든 것이다.

법률이 아닌 법률명령으로 추진하는 것 역시 의회 심의·토론 기간을 대폭 단축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정부 안에는 근로조건 협상 시 산별노조의 권한의 상당 부분을 기업에 돌려주는 방안, 근로조건 관련 사원투표 부의 권한을 사용자에게도 주는 방안, 부당해고 근로자에 대한 퇴직수당 상한선 설정 등이 담겼다.

전반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강력한 사회안전망과 기업 친화적 법제를 결합한 북유럽식 사회모델이 새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베르제 위원장은 특히 "노조와의 합의 없이는 사용자가 근로조건에 관한 사원투표를 부의할 수 없으며, 해고 근로자에게 퇴직수당 상한선을 두는 것도 용인할 수 없다"며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두 방안은 모두 마크롱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에 담긴 핵심 내용이다.

잇따른 대규모 집회에 따른 정국 혼란 가능성도 경고했다.

베르제는 "프랑스 사회가 심각한 분열과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대규모 집회와 폭력시위 가능성이 크다"며 "권력집중은 위험과 고난이 따르므로 (마크롱이) 권력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선과 총선 압승으로 이어진 프랑스 사회의 '마크롱 신드롬'을 경계하며 "구세주도, 기적 같은 해법도 없다. 잘 작동하는 나라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함께 사회적 민주주의도 구현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4위를 한 뒤 총선에서 당선된 극좌파 정치인 장뤼크 멜랑숑도 정부의 노동법 개정 강행처리를 원내에서 결사적으로 막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이날 당선 일성에서 "다수당 지위가 노동법을 파괴할 정당성을 부여하진 않는다"면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에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과 관련해서는 "시민들의 집단 총파업과 마찬가지"라며 총선 결과가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동개혁 자체에 반대하는 강성노조들은 일찌감치 총선 다음날 대규모 반대집회를 예고해왔다.

프랑스 제2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은 19일(현지시간) 파리 시내에서 곳곳에서 노동법 개정 반대집회를 열 계획이다. CGT는 좌파 성향이 뚜렷한 노조 연대체로 마크롱 정부의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연대체인 사회주의 전선(FS)을 주도해왔다.

마크롱 정부는 총선 압승으로 의회에서 노동개혁을 강력히 밀어붙일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지만, 대국민 여론전에서 밀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프랑스에선 국민 여론이 마크롱의 전면적 노동개혁에 찬성 목소리가 크지 않고 '부분 개선' 정도에만 호의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총선의 50%도 못 미치는 낮은 투표율을 고려하면 정부가 원내 의석수만 믿고 노동법 개정에 나섰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찬성여론이 높지 않은 노동개혁을 정부가 강행 추진할 경우 노조들의 대규모 집회와 결합한 국민 여론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정치연구소의 뤽 루방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노동계급은 프랑스 전체 유권자의 40%를 차지한다"면서 오히려 이번 총선 결과가 마크롱의 개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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