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랄발광 17세' 28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공부 잘하고 잘 생긴 데다 인기까지 많은 오빠 대리언. 자식보다는 자신의 인생이 우선인 엄마. 사춘기 소녀 네이딘은 이런 오빠와 엄마 사이에서 열등감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17년을 살아왔다.
믿음직한 아들이 최고의 영웅인 엄마에게 딸 네이딘은 못 말리는 골칫덩어리일 뿐이다.
유일하게 마음이 통했던 아버지는 4년 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떴다.
친구 하나 없던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준 10년 '절친' 크리스타도 어느 날 갑자기 원수 같은 오빠 대리언과 눈이 맞아 하루아침에 앙숙으로 변했다.
마음속으로 짝사랑하는 닉은 자신의 존재조차 모른다.
고민 상담을 위해 역사 선생님 브루너를 찾기도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돌직구 조언이 돌아올 뿐 따뜻한 위로는 들을 수 없다.
왜 이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고, 내 맘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을까?
오는 28일 개봉하는 '지랄발광 17세'(원제 The Edge of Seventeen)는 엉뚱하면서도 발랄하고 조금은 유별난 17살 소녀 네이딘을 주인공으로 10대에 겪는 다양한 감정을 유쾌한 터치로 그려낸 하이틴 영화다.
미국 고등학생 소녀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10대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감정들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려내 국적과 나이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네이딘은 오빠와 사랑에 빠진 크리스타에게 다짜고짜 자신과 대리언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며 엄포를 놓기도 하고, 짝사랑 상대인 닉에게 실수로 같이 자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때로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얄밉기도 하고. 때로는 어이없을 정도로 우습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깝기도 한 네이딘의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왔을 미숙했던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나만 힘들다'고, '내 맘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불평해 온 네이딘은 결국 자신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음을,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세상을 바라봐왔음을 깨닫게 된다.
특별한 스토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톡톡 튀는 대사와 어느 한 곳 늘어짐 없는 짜임새 있는 전개 덕분에 러닝 타임 102분 내내 지루함 없이 유쾌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주인공 네이딘을 맡은 헤일리 스테인펠드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돋보인다.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로 데뷔해 14살의 나이에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그는 이번 작품으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번 작품이 데뷔작인 켈리 프레몬 감독은 이 작품으로 뉴욕 비평가협회 신인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배급사인 소니픽쳐스는 이 작품을 국내 극장 개봉 없이 DVD로 발매하려고 했지만, 해외 예고편을 접한 영화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개봉 문의가 잇따라 제작해 놓은 DVD를 폐기하고 극장 개봉을 결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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