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압승' 마크롱 앞길은 장밋빛?…'노동개혁' 등 일전 예고

입력 2017-06-19 12:42   수정 2017-06-19 14:09

'총선 압승' 마크롱 앞길은 장밋빛?…'노동개혁' 등 일전 예고

'노동개혁·경찰력 강화' 법안에 노동계·시민사회 반대 목소리 고조

"저조한 지지율로 총선 압승, 민주주의 어긋나"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18일 총선 결선투표에서 '역사적인' 압승을 거뒀지만, 마크롱의 앞날이 생각만큼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이제 앙마르슈가 주도하는 의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제1 국정과제로 내건 '노동 유연화' 개혁안과 테러 대응을 위한 '경찰력 강화' 법안 등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마크롱의 개혁정책들은 노동계의 반발과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어, 마크롱의 앞날이 예상만큼 장밋빛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개혁안은 마크롱 리더십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여겨진다.

마크롱은 임금과 노동시간 등 근로조건 협상 시 산별노조 권한의 상당 부분을 개별 기업에 돌려주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개혁안을 '대통령 법률명령(ordonnance)' 형태로 추진할 근거를 의회에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휴가철이 끝나는 8월 말까지 노조를 상대로 대대적인 설득·압박전을 벌인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노동개혁안을 일반 법률이 아닌 법률명령으로 추진하는 것은 의회 심의·토론 기간을 대폭 단축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의도다.

휴가철을 집중 추진 기간으로 설정한 것 역시 노조들이 현실적으로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기 어려운 점을 노린 것이다.





이에 주요 노조들은 마크롱 정부의 이런 계획이 사회적 토론과 의회 논의과정을 건너뛰어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연대체인 '사회주의 전선(FS)'은 총선 결선투표 하루 뒤인 19일 대규모 집회를 파리 시내에서 개최한다.

FS를 주도해온 좌파 계열의 프랑스 제2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도 이날 파리 시내 곳곳에서 노동개혁안 반대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 밖에도 '노동개혁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성급한 추진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온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 민주노동총동맹(CFDT)도 총선 당일 "정부가 우리를 쥐어짜면 결집해 맞서겠다"고 마크롱 정부에 경고를 날렸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4위를 한 극좌파 정치인 장뤼크 멜랑숑은 총선 승리 후 "다수당 지위가 노동법을 파괴할 정당성을 부여하진 않는다"며 정부의 노동법 개정 강행처리를 원내에서 결사적으로 막겠다는 뜻을 피력해 관심을 모았다.

마크롱이 노동개혁안과 더불어 공을 들이고 있는 경찰권 개혁법안도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은 대선 기간 때부터 '국가대테러센터(NCC)' 설치와 함께 2015년 파리테러 직후 선포된 국가비상사태 아래 경찰에 부여된 특수권한 일부를 영구화하는 법안 추진을 공언해왔다.

NCC는 20명의 정보 분석가가 내무부, 국방부, 법무부 등 각 부처 소속 기구가 수집한 정보를 한데 모아 살피고, 각 기구 간 정보 교환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 기구다. 대통령궁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경찰권 영구화 법안은 경찰이 영장 없이 수색, 가택연금, 전자팔찌 착용, 컴퓨터·휴대전화 비밀번호 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찰권 강화 법안은 과도한 행정권 남용이라는 지적과 함께, 테러 방지에는 거의 효과가 없음에도 시민들의 권리는 엄청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이런 조치에 대한 국민의 찬성 목소리도 높지 않아 마크롱이 의회의 지지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모든 문제를 놔두고도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마크롱의 앙마르슈가 프랑스인들의 민의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앙마르슈는 지난 총선 1차 투표에서 전국적으로 32%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차와 결선투표에서 절반에도 못 미친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고려하면 총 유권자 대비 15%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앙마르슈는 이러한 저조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총선 압승으로 전체 하원 의석의 80%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당이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 일명 '과대 대표' 문제를 거론하며 이번 총선 결과가 민주주의의 대표성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정치연구소의 뤽 루방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앙마르슈 후보들은 중상층을 대변하고, 대부분 학위를 가지고 있다"며 "현재 프랑스의 문제들은 대부분 블루칼라 노동자들과 관련돼 있지만, 앙마르슈 후보들은 그들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계급은 프랑스 전체 유권자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번 총선 결과가 마크롱의 개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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