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2천300㏊ 모내기 포기할 판…폭염에 물마름 현상 가속
바다서는 고수온 조짐…폐사·적조·해파리 피해 우려
(무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가뭄에 때 이른 폭염까지 겹치면서 전남 농·어민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농수산 당국은 농작물이 말라가는 상황에 고수온 피해까지 우려되자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지속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현재 모내기를 마친 전남 논 1천315㏊에 물 마름(669㏊), 시듦(323㏊), 고사(323㏊)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치솟은 기온에 물 마름 등 피해가 가속화할 우려가 커지는데도 찌는듯한 대낮에는 그나마 농사일하기도 어려워졌다.
다음 달 초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전남 농경지 2천300㏊에서는 모내기를 포기하고 대체 작물 재배나 휴경을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의도(2.9㎢)의 8배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바다에서는 고수온 조짐이 보인다.
최근 연안 수온은 평년(12.5∼13.5도)보다 0.5∼1.5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이 지속해 수온이 올라가면 피해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전남도는 예상했다.
도 관계자는 "당장 피해를 걱정할 만큼은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수온이 상승하면 다음 달에는 양식어류 폐사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료공급을 줄이고 차광막을 설치하는 등 어민을 상대로 고수온 피해 예방 지침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전남에서는 고수온 탓에 45 어가, 32억원 상당 어패류 피해가 발생했다.
여름 동안 적조와 고수온을 합친 피해규모만 523 어가, 380억원에 달했다.
수산당국은 수온 상승과 함께 예상되는 적조 피해 예방책 마련에 일찌감치 나섰다.
오는 28일 완도 신지면, 30일 여수 남면에서는 적조 대비 모의훈련이 진행된다.
적조를 가상해 어선이 황토를 살포하고 가두리를 이동하는 등 훈련으로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전남도는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적조 방재용 황토를 거점별로 적치해 발생 시 활용할 예정이다.
어업 피해, 해수욕객 쏘임 등 피해를 일으키는 해파리도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 더 늘어난다.
전남도는 국립수산과학원이 해파리 관심 경보를 발령하면 곧바로 제거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주의 경보가 있으면 올해 확보한 국비 5억2천만원을 시·군에 배정해 해파리로 인한 어업 피해·해수욕객 쏘임 사고를 예방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여수·고흥·장흥·보성·영광·신안 등 6개 시·군 해역에 국비 3억2천만원을 들여 해파리 3천749t을 제거하기도 했다.
당국의 분주한 움직임에도 기후에 따라 한해 벌이가 좌우되는 농·어민을 안심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도에서 전복을 양식하는 조모(57)씨는 "여름에는 더위와 태풍을, 겨울에는 추위를 걱정하는 게 어제, 오늘 일이겠냐"면서 "매년 기후는 달라지는데 대책은 새로워 보이는 게 별로 없으니 올해도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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