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 법인명의 대포통장 사고 판 일당 29명 검거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개인명의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되자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뒤 법인명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 관리자 등에게 대포통장을 팔면서 통장 사용에 불편함이 있으면 적극 해결해주겠다고 홍보하는 등 기업적인 형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법인명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A(34)씨 등 26명을 붙잡아 9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산 혐의로 불법 도박 사이트 관리자 B(44)씨 등 3명도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4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전북 전주와 세종 등 전국에 유령법인 93개를 설립한 뒤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 330여개를 만들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인들로부터 개인 정보를 넘겨받아 법인 통장을 만들어 개당 150만∼200만원을 받고 통장을 판 것으로 조사됐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는 통장 한 개당 인센티브 명목으로 30만원을 줬다.
A씨 등이 이런 방식으로 챙긴 돈은 확인된 것만 6억6천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특히 대포통장 판매 과정에서 비밀번호나 OTP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통장 명의자가 통장에 있는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먹튀'가 발생할 경우 24시간 안에 해결해주겠다고 홍보하며 구매자를 끌어모았다.
조사 결과 법인 설립을 위한 자본금 제한 규정이 폐지되면서 법인 설립이 쉬워졌고, 법인 통장은 개인 통장에 비해 1일 이체 한도가 크고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마음을 바꾸는 등 소위 뒤탈의 소지가 적어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유통된 법인명의 대포통장은 대부분 인터넷 도박 사이트 같은 범죄에 이용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노세호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개인명의 통장 발급 과정이 까다로워지면서 법인명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허위법인 설립 과정에서 명의를 빌려주는 것 자체가 범죄가 된다는 점을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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