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전범 아르헨 망명 시 반입 추정"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의 한 주택에서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흉상 부조를 포함, 나치의 유품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많은 나치 관련 유품들을 찾아냈다고 밝혔다고 AP가 20일 전했다.
75점에 달하는 유품이 발견된 곳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 베카르에 있는 한 수집가의 은밀한 집이었다.
유품 가운데에는 히틀러의 흉상 부조를 비롯해 나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가 장식된 우아한 박스 속 돋보기, 두상의 크기를 재는 의료용기기 등이 있었다.
어린이들을 교화할 목적으로 사용됐을 법한 장난감과 나치 문양 위에 우뚝 선 나치 독수리 모양의 커다란 조각상, 나치의 모래시계, 하모니카 박스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유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고위 관리들이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파트리시아 불리츠 아르헨티나 안보부장관은 "초동 조사 결과 유품들이 모두 진품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네스토르 론카글리아 아르헨티나 연방경찰청장은 "아르헨티나 사학자들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돋보기는 히틀러가 사용했던 진품으로 밝혀졌다"며 "유품들의 진품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국제 전문가들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유품들 가운데 역사적 중요성에 비춰볼 때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돋보기를 들고 있는 히틀러의 사진 원판이라고 밝혔다.
이들 유품은 유품 소장자 추적에 나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지난 8일 사법당국과 그의 집을 급습해 찾아냈다.
경찰은 유품 소장자의 신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는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유품이 어떻게 아르헨티나에 유입됐는지에 대해 수사 중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나치의 고위 관리들이 전쟁범죄자들의 피난처로 부각된 남미를 향해 망명길에 올랐을 때 이들 유품을 반입했다는 게 가장 유력한 추정이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나치 친위대(SS) 장교이면서 폴란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Auschwitz-Birkenau) 나치 강제수용소 내과 의사였던 요제프 멩겔레도 아르헨티나로 망명한 뒤 그곳에서 10년간 살았다.
경찰은 유품 실제 소유 전범들의 명단을 밝히지는 않았다.
아르헨티나의 유대인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DAIA 대표 아리엘 코헨 사반은 "이번에 발견된 유품들은 독일을 탈출한 나치 고위 관리들의 존재를 알려주는 역사적이고도 반박할 수 없는 증거"라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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