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별들·나의 첫 소년· 까짓것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택시소년, 지지 않는 잎 = 가난과 전쟁·차별에 관한 글을 쓰는 캐나다 작가 데보라 엘리스의 동화. 남아메리카에서도 가난한 편에 속하는 볼리비아 사람들의 삶에서 정의와 연대의 가치를 찾는다.
불법 코카인 제조공장에서 탈출한 디에고는 코카렐로(코카 농부)인 리카르도 가족과 함께 살며 일을 돕고 집에 돌아갈 꿈을 키운다. 그러나 볼리비아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에서 돈을 받고 코카 밭을 파괴한다. 코카 잎을 빼돌리고 화학약품을 섞어 마약인 코카인을 몰래 만드는 사람들보다, 힘없는 코카렐로들을 찾기가 더 쉽기 때문.
코카 잎은 수천 년 동안 볼리비아 사람들의 배고픔과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준 식물이었다. 디에고는 빼앗긴 코카 잎을 되찾기 위해 코카렐로들과 함께 힘을 모아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고속도로를 봉쇄한다. 죽음을 각오한 코카렐로 앞에서는 군대를 등에 업은 불의도 힘을 쓰지 못한다.
천개의바람. 윤정숙 옮김. 204쪽. 1만1천원.
▲ 바다로 간 별들 = "친구들을 삼킨 4월의 바다는 차가웠고, 심청이를 태우고 올라온 연꽃 같은 기적을 보여 주지 않았다. 대신 끝없는 통곡과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들어 수면을 높였다. 가슴에 손을 갖다 대면 통증이 밀려왔다. 과연 이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수업 끝나고 친구들과 떡볶이 먹는 게 즐거운 평범한 고교생 민지는 어느 봄날,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한 친구들을 잃었다.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을 돌이켜보며 미어지는 가슴을 겨우 추스른다.
당장 눈앞에 닥친 공부보다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가 더 고민인 민지. 중학교 때 미술선생님으로부터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또다른 친구 민석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을 좋아했다는 민석이의 흔적을 찾아보고 꿈에서도 만나 대화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현직 중학교 교사인 박일환 시인의 첫 청소년소설. 작가는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며 "슬픔을 넘어 그들이 미처 펼치지 못한 꿈들을 받아 안고, 그들을 대신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라도 하면 좋겠다"고 썼다.
우리학교. 224쪽. 1만2천원.
▲ 나의 첫 소년 = 손택수 시인의 청소년시집.
48편의 시는 우리가 잊지 않고 지향해야 할 소중한 것들을 그려 보인다. 그것은 어른들이 꾸지람하기 딱 좋은 쓸모없는 질문들이거나, 철없던 제 모습을 돌아보며 느끼는 부끄러움이기도 하다.
"나는 틀림없이 쓸모없는 녀석/ 창문 밖 나비에 한눈을 팔다가 핀잔이나 듣는 녀석/ 쓸모도 없이 나는 어떻게 사나/ 점수도 되고 양식도 되고 돈도 되는/ 쓸모로 가득 찬 세상/ 쓸모없는 나는 적어도/ 강과 바위와 나무를 망치는 일은 하지 않아야겠는데/ 모가 나서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순간들을 영영/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겠는데" ('쓸모없는 녀석' 부분)
창비교육. 128쪽. 8천500원.
▲ 까짓것 = 이정록 시인의 청소년시집.
공부보다 다른 쪽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의 이야기를 시 59편에 담았다. 편견과 선입견은 "사람이 키워서는 안 될/ 개 두 마리"('쏠림')라더니, 어른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간섭하고 자신들의 잣대를 들이댄다. 시인은 청소년들 스스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길 응원한다.
"쪽지 글만 남기고 떠난 아버지 때문에/ 엄마가 운다. 여동생도 운다. 냉장고도 운다./ 까짓것, 이라고 말하려다가 설거지하고/ 헛기침 날리며 피시방으로 알바 간다./ 까짓것, 돈은 내가 번다./ 까짓것, 가장을 해보기로 한다." ('까짓것' 부분)
창비교육. 124쪽. 8천500원.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