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이슬람 혐오증도 확산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잇따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이슬람 혐오' 정서가 깊어지고 있는 영국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백인 남성의 차량 테러가 발생하면서 현지 무슬림 사회가 충격과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최근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돼 무슬림들은 향후 또 다른 증오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19일 새벽 런던 북부 핀스버리 파크 모스크(이슬람사원) 인근 '무슬림복지센터'에서는 영국 백인 남성이 라마단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무슬림들을 향해 승합차를 몰고 돌진하면서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특히 테러범은 범행 직후 "무슬림들을 다 죽이고 싶다", "이것은 런던 브리지에 대한 대가다"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지난 3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으로 8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친 런던 브리지 차량 테러를 언급한 것이다. 이번 공격의 보복 테러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네 자녀를 둔 기혼 남성 대런 오즈번(47)으로 알려진 테러범의 이웃들은 평소 친절했던 그가 런던 브리지 테러 이후 달라져 최근 몇 주 사이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고 증언했다.
이웃집 12세 아시아인 소년에게 폭언하는가 하면, 술집에서 이민 문제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며 무슬림들에게 해를 가하겠다면서 저주를 퍼부었다는 것이다.
이번 테러 직후 BBC방송 등 외신이 만난 무슬림들은 3월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승용차 테러, 5월 맨체스터 공연장 자살폭탄테러, 이달 런던 브리지 테러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이어지면서 현지의 이슬람 혐오 정서가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폭언하거나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등의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테러로 친척이 부상한 한 이슬람 남성은 "앞선 테러 공격들로 인해 이슬람 혐오가 커지는 것을 느낀다"면서 "우리의 어머니와 여자 형제들은 히잡과 이슬람 복장을 해서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쉬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영국 무슬림협회 사무총장 하룬 칸은 "지난 몇 주, 몇 달에 걸쳐 무슬림들은 이슬람 혐오 사건을 많이 겪었다"면서 "이번 테러는 그중에서 가장 폭력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모여들어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과 관용정신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도시로 꼽히는 런던에서 이 같은 이슬람 증오범죄가 벌어졌다는 데서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런던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으며 모두가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말한다.
런던무슬림사회포럼의 쉬라즈 코시아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앞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우리에겐 우파 극단주의자들과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이 있다. 오늘은 모스크 밖에서 테러가 일어났지만, 내일은 교회 밖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