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 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 = 임미리 지음.
'한국저항운동과 열사 호명구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1980년대 이후 권위주의 지배세력에 맞섰던 저항적 자살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시기별 변화를 분석한다.
'열사'가 본격적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였다.
청계피복노조 야학교사들이 '열사'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 점점 퍼져나갔다.
1970년 서울 평화시장에서 분신자살한 전태일이 '전태일 씨', 혹은 '전태일 동지'로 불리다 1980년대 '전태일 열사'로 호명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의 분신 또한 지배세력 폭압에 맞선 극단적 자기희생에서 폭압에 맞선 투사의 저항적 죽음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출범을 계기로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약해지면서 '열사의 해체기'가 찾아왔다고 책은 지적한다.
갈수록 저항적 죽음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약해졌으며, 죽은 이들도 열사로 호명되지 못했다.
신자유주의 체제 확산으로 지배세력이 물리적인 폭력 대신 제도·이데올로기를 통해 교묘한 통제에 나선 것도 '열사' 개념의 해체와 죽음의 고립화에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노동자 자살이 고립화되면서 열사가 되지 못한 죽음도 많아졌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조용한 죽음"을 들었다.
오월의봄. 396쪽. 2만2천 원.
▲ 이순신의 승리비결 = 노승석 지음.
이순신 연구자인 저자는 임진왜란에서 이순신이 백전백승의 전공을 이룬 까닭이 우주의 이치에 통달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순신은 평소 '주역' 점을 간편화한 척자점(擲字占)을 통해 가족과 주변의 안위를 예상하고, 전투 승패도 점치곤 했다.
책은 이순신의 활약상을 지혜·극기·웅변 편으로 나눠 소개하면서 '주역' 이론과 연계해 풀었다.
이순신이 노량해전 당시 "왜적의 머리를 베는 자가 있으면 군령을 내릴 것"이라면서 전공보다 교전에 집중하도록 지시했다는 기록도 책에 실렸다. 이는 의병으로 참전했던 나주진사 임환의 문집 '습정유고'(習靜遺稿)에 수록돼 있던 것이다.
이순신이 조정에 보낸 장계(狀啓·외방의 신하가 왕에게 보고하거나 청하는 문서)를 엮은 '임진장초'에도 "공로와 이익을 탐하여 먼저 다투어 머리를 베려고 하다가 도리어 해를 입는다"는 이유로 머리를 베지 말 것을 당부한 내용이 나온다.
여해. 240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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