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터키 총리, 영유권·쿠데타 연루 군인 송환 갈등 속 회동

입력 2017-06-20 17:55  

그리스-터키 총리, 영유권·쿠데타 연루 군인 송환 갈등 속 회동

"경제 협력 증진·영유권 분쟁 해소 위해 직접 소통 창구 유지" 합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에게 해를 둘러싼 영유권과 쿠데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군인들의 송환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이웃 나라 그리스와 터키 총리가 회동해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9일 그리스를 하루 일정으로 방문한 비날리 이을드름 총리와 아테네에서 머리를 맞댔다.

양국 총리는 이 자리에서 관광과 교통, 에너지 분야에의 상호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러시아에서 터키를 경유해 유럽으로 공급하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 프로젝트 등에 있어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사람은 그러나 회담 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영유권 분쟁 등을 둘러싼 이견을 노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치프라스 총리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9개월 동안 에게 해의 그리스 해역과 그리스 영공에 대한 터키의 침범이 증가했다며, 양국이 경제 협력 강화에 주력하는 것과는 별개로 에게 해 분쟁 해소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에게 해는 평화와 안정의 바다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에 대해 영토 침범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양측 모두에 해당하는 상황이라고 맞받았다.

한 차례 공방을 주고 받은 양국 총리는 현재와 같은 갈등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양국 관계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하며 잠재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직접적인 의사소통 창구를 열어두기로 합의했다.

오랫동안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 터키와 국민 감정이 좋지 않은 그리스는 에게 해를 둘러싼 해묵은 영유권 갈등으로 1996년을 포함해 지난 50년 간 3차례나 전쟁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양국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인 쿠데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터키 군인 8명에 대한 그리스 측의 송환 거부 결정에 대해서는 "그리스의 사법 체계는 정치 시스템과는 독립적"이라며 이 문제를 외교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터키는 작년 7월 불발로 끝난 터키의 쿠데타 시도 직후 헬리콥터를 몰고 그리스로 넘어가 망명 신청을 한 이들 군인 8명이 쿠데타에 가담했다며 거듭 송환을 요구했으나, 그리스 대법원은 이들이 터키로 되돌려질 경우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변호인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송환 불허를 최종 결정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그리스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쿠데타 모의자들이 터키와 그리스 관계에 타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못마땅함을 드러냈다.

양국 총리는 오는 28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인 키프로스 평화회담과 관련해서는 "공정하고, 실행가능한 해결책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키프로스는 1974년 터키군의 침공으로 남북이 분리된 뒤 터키군이 주둔하고 있는 북키프로스, 그리스계가 주류인 남키프로스로 갈라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남북 키프로스는 2015년 통일협상을 시작해 연방제 통일방안을 도출했으나 남키프로스가 북쪽에 주둔한 터키군 철수 조건을 포기하지 않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올해 1월 회담을 끝으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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