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그룹 계열사, 채권 만기연장 쉽지 않을 것"
박 회장측 "컨소시엄 땐 개인자격 강조, 이젠 그룹거래 재검토 운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박의래 기자 =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20일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거래관계 유지 여부를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간 갈등이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금호타이어 채권단에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000030]과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채권단에 포함돼 있다.
또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의 주계열 은행이자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주채권은행이다.
이 때문에 이들 채권 은행이 금호그룹에 금융제재를 가한다면 금호그룹 계열사의 금융거래는 사실상 중단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가 아닌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다른 계열사의 금융거래를 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채권은행들도 결국 돈을 떼이는 손해를 볼 수 있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거래가 무산되면 그만큼 채권단과 금호그룹 사이에서 신뢰 관계가 깨지게 되는 것"이라며 "금호그룹과의 금융거래를 완전히 끊기는 어렵지만, 채권 연장이나 신규자금을 요청할 때 이런 점들이 반영돼 유동성 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채권단은 매각 무산 시 더 이상의 지원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했다.
이번 매각이 무산된 뒤 금호타이어가 채권 이자를 연체하는 등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법정관리를 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에 매년 이자로만 1천억 원을 지불하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1천200억 원에 불과하고 올해 1분기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할 정도로 경영 사정이 나빠 경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채권단 지원 없이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도 박탈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 것이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졸업 후 경영을 잘해 회사를 살려 놓으라는 의미로 인센티브 차원에서 준 것인데, 회사 경영을 더 악화시키고 매각까지 실패했으니 다시 거둬들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경우 박 회장이 소송을 통해 법적 다툼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금호 측은 이번 채권단의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이 사전협의 없이 제삼자 간에 정한 조건을 금호산업이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고 매각 불발 시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호 측 관계자는 "채권단이 우선매수권 컨소시엄 구성 논의 때는 박 회장 개인 자격을 강조해놓고, 금호산업의 상표권 허용 결정에는 그룹 전체 거래 재검토까지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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