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리, 중동 긴장 속 사우디-이란 '줄타기' 정상방문

입력 2017-06-20 21:21  

이라크 총리, 중동 긴장 속 사우디-이란 '줄타기' 정상방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하이데르 알아비다 이라크 총리가 중동의 양강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잇달아 정상방문하면서 '줄타기'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알아바디 총리는 19일(현지시간) 2014년 취임 뒤 처음으로 사우디를 찾아 살만 사우디 국왕과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과 이라크 총리실은 20일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협력의 지평을 열고 전략적 수준으로 관계를 높이기 위해 조율하는 기구를 설립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알아바디 장관은 이어 20일 오후엔 이란을 정상 방문해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에너지 등 양국 간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그가 사우디와 이란을 한꺼번에 포함한 중동 순방일정을 잡은 것은 최근 첨예해진 양국의 패권 경쟁 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라크는 증동의 두 패권 진영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모호하면서도 현명한 '줄타기' 외교로 국익을 모색해야 한다.

이라크 정부가 기본적으로 친이란 성향이고, IS 격퇴전의 주축인 시아파 민병대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터라 이란과 우호 관계가 중요하다. 국경을 맞댄 지리적 조건 때문에 안보 문제에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 재건과 대테러전에서 이란에 적대적인 미국과 사우디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소원해진 이라크와 사우디가 최근 관계 개선에 힘쓰는 것도 이라크의 이런 실리와,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아야 하는 사우디의 이해가 맞아서다.

알아바디 총리는 살만 국왕에게 "우리의 외교 관계는 이라크 국민의 이익에 기반한다"며 "이라크는 '편가르기' 정책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라크의 상황을 방증한다.

그는 사우디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에게 사우디 등의 카타르에 대한 단교·고립 조치에 대해 "독재자 사담 후세인 시절 서방의 봉쇄 조치로 이라크 국민만 비참해지고 후세인의 가족은 호의호식했다"고 비판했다.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을 이유로 단교를 당한 카타르를 두둔함으로써 이란의 입장을 지지한 셈이다.

알아바디 총리는 이란을 방문을 마치고 21일 쿠웨이트도 정상방문한다.

쿠웨이트는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 사태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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