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건설노조 세종로 집회, 달라진 경비모습…교통관리에 주력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양지웅 기자 =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청와대 방향 대규모 행진을 벌인 20일 경찰은 과거와 다른 시위 관리 방식을 선보였다.
이날 광화문 앞 세종로소공원에서 '토목건축 조합원 상경총회'를 진행한 건설노조 조합원 8천여명(주최측 추산)은 오후 4시30분께부터 광화문 삼거리와 내자동 로터리를 거쳐 청와대에서 4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 쪽으로의 기습 진입을 막는 차벽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 청와대 진입 도로 초입에도 폴리스라인만 설치했다.
집회 장소나 행진 코스 주변에서 진압복을 차려입고 방패를 든 경비병력은 아예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은 2천700여명의 경찰력을 도심에 배치했으나 모두 집회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대기시켰다.
지난 정권 때 비슷한 대규모 집회·행진이 벌어질 때 보호장구를 갖춘 경비병력이 행진 대오를 가로막거나, 곳곳에 차벽을 설치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 방침이 적극적으로 적용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도 새 정부의 이런 기조에 맞춰 차벽이나 살수차 등 시위대를 자극할만한 장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행진 시위대가 차로를 점거하는 것도 최대한 허용했다.
건설노조는 세종로소공원에서 출발해 정부서울청사까지는 6개 차로 중 3개 차로를 점거했고, 이후 광화문에서부터 경복궁역을 거쳐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는 청와대 방향 2∼4개 차로를 모두 점거했다.
경찰은 과거 시민단체나 노조의 행진 때 교통 정체를 이유로 인도만 사용하라거나, 일부 차로만 풀어주는 등 제한적으로 차로 행진을 허용한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애초 경찰은 주최 측과 사전 협의에서 전차로 점거에 난색을 표했으나, 주최측이 "더 많은 차로로 더 빨리 돌고 오면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경찰은 주최 측이 오후 9시30분께 총회를 마치고 청계광장에 집결해 노숙농성을 하는 것도 전면 허용했다. 노조 측도 침낭을 펼치거나 천막을 쳐 다른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자 은색 깔판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을 중시하는 기조로 바뀌다 보니 오늘은 대규모 집회였음에도 경비를 최소화하면서 교통관리를 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h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