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지난 16일(현지시간) 작고한 독일 '통일총리' 헬무트 콜이 고향인 라인란트팔츠주(州) 슈파이어 지역에 있는 콘라트 아데나워 공원에서 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대중지 빌트가 20일 보도했다.
빌트는 병세가 악화한 지난 2015년 늦여름 부인 마이케와 함께 결심한 고인의 유지대로 시신이 옛 슈파이어 묘지 자리에 묻힐 것이라면서 "이곳은 오늘날 부분적으론 슈파이어 대성당 묘지이고, 부분적으론 아데나워 공원"이라고 전했다.
콜의 별세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한 이 신문은 초대 총리(같은 기독민주당 출신의 아데나워)와 이상적이고도 역사적인 결합을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거리명이나 공공장소 등의 명명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들의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 독일에는 아데나워 공원도 여러 개 있다.
이 보도를 인용한 독일의 다른 언론 매체들은 고인이 마지막까지 살던 루트비히스하펜 오거스하임 인근 프리젠하임 가족묘역에서 잠 들지 않게 된 것을 주목하면서 앞서 햇빛 알레르기라는 희소질병에 시달리다 2001년 자살한 첫 부인 한넬로레 곁에 묻히지 않는 것이라고 의미를 풀었다.
슈파이어 대성당은 1930년 태어난 고인이 2차 세계대전 때 피란 장소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이후 연방총리가 된 뒤 많은 파트너 국가정상 및 정부수반과 함께하고, 한넬로레의 장례미사를 치른 곳이기도 하다.
성당은 독일 통일 25주년 기념일 직후, 콜의 공로를 인정하며 통합 유럽의 기독가치를 상징하는 의미의 기념판(板)을 복도에 만들어 놓기도 했다.
독일 언론은 고인에게는 슈파이어 대성당이 '고향성당'이었다고 전하고, 바로 그 점에서 영면할 장소로 선택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묘지와 바로 연결된 성(聖)베른하르트 성당은 고인의 업적 중 하나인 독일·프랑스 화해를 상징하는 예배장소로 1954년 세워졌다고 언론은 소개했다.
별세 직후부터 추진된 유럽 차원의 장례식은 오는 7월 1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펠리페 곤살레스 전 스페인 총리가 추도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전했다.
대신 독일에선 역시나 고인의 생전 희망대로 국장은 엄수되지 않고, 슈파이어 대성당 장례 미사에 이은 유족과 지인들의 사적인 추모 모임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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