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보고·전담기구 구성 20일 넘게 안해…피해자 보호조치도 없어
서울시교육청 감사 착수…축소·은폐 여부 집중 조사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이재영 기자 = 재벌 총수 손자와 연예인 아들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이 제기된 서울 숭의초등학교가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숭의초 특별장학(현장조사) 결과, 학교 쪽이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교육청 보고와 전담기구 조사를 지연하고 피해 학생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감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통상 초등학교 감사는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이 담당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조희연 교육감 지시로 본청 감사팀이 투입됐다.
이번 감사는 지난 19∼20일 이뤄진 특별장학에 이은 후속 조치로, 사건의 진상 파악과 함께 학교 쪽이 학교폭력을 고의로 은폐·축소했는지 집중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특별장학 결과, 해당 사건은 지난 4월 20일 경기 가평군에서 열린 학교 수련활동 중 발생했고 담임교사가 곧바로 사건을 인지했으나 학교 쪽은 20여일 지난 5월 12일 교육지원청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 등을 교육감에게 보고해야 한다. 교육부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은 보고 시한을 '사안 인지 후 24시간 이내'로 규정한다.
숭의초는 "5월 초 단기방학 등으로 보고가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훨씬 전에 보고가 이뤄졌어야 하기 때문에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직후 이를 인지한 담임교사가 (상급자에게) 보고를 했는지와 보고를 했다면 누구에게 했는지 등은 감사를 통해 확인해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쪽은 또 학교폭력 사건이 접수되면 바로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구성해야 하는데도 5월 15일에야 구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피해 학생에 대해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파악됐다.
학교 쪽은 사건 발생 직후 피해 학생에 대해 긴급보호조치를 하지 않는 바람에 피해 학생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과 사흘 동안 함께 학교에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 학생이 4월 27일 이후 지금까지 결석 중인데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교육청은 전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피해 학생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학교폭력예방법 취지를 어긴 것으로 심각한 문제로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해 학생은 사건 발생 후 4일째인 4월 24일 117 학교폭력센터로 관련 내용을 신고하면서 가해 학생을 3명으로 밝혔다가 5월 30일 가해자 수를 4명으로 정정했다.
숭의초는 지난 1일 제1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었으나 관련 학생들에 대한 조치 결정을 미룬 뒤 12일 2차 회의에서 "심각한 장난 수준으로,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는다"며 '조치 없음' 결정을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수련활동 합숙실에는 가해·피해 학생을 포함해 목격자인 학생들까지 모두 9명이 있었으며, 피해자를 뺀 학생 중 재벌 총수 손자로 알려진 학생을 가해자로 지목한 경우는 없었다.
당시 사안을 조사하고 조치사항을 결정한 학폭위 학부모 위원 가운데 가해·피해 학생과 친분이 있다는 등 사유로 기피·제척 대상이 된 경우는 없었다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쪽이 학교폭력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사실은 파악됐지만 폭력에 가담한 학생을 가해자 명단에서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특별장학만으로는 사실 규명에 어려움이 있어 감사를 통해 학교 쪽의 은폐, 축소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재벌 총수 손자와 연예인 아들 등이 피해 학생에게 이불을 씌운 채 폭행해 근육세포 파괴 등 피해를 줬으나 관련 학생 모두에게 '조치 없음' 결정이 내려졌고, 재벌 총수 손자는 화해·사과 권고 대상에서도 빠졌다는 의혹이 일자 특별장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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