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결과 전달…'판사회의' 주장·의결 둘러싸고 논란도
부장판사 등 판사대표 2명 '민주적 정당성' 문제 제기 후 사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각급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권 남용사태 조사 권한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 집행부는 21일 오후 5시 서초동 대법원에서 양 대법원장을 만나 19일 회의에서 의결된 내용을 전달했다.
이들은 전날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1차 회의를 열고 ▲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추가조사 권한 위임 ▲ 책임자 문책 등에 대한 대법원장의 공식입장 표명 ▲ 전국법관회의 상설화를 위한 대법원규칙 제정 등을 의결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분산과 관료화된 법원행정처의 분위기 쇄신 등 문제 제기에는 공감하면서도 전날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조사권 위임은 법원조직법에 어긋나며 전국법관회의 상설화도 법 체계상 부적절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사무 권한은 법률과 대법원규칙에 의해서만 위임 가능한데, 전국법관회의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법관회의를 상설화하려면 우선 법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에 앞서 법관회의의 기능이 명확히 규정돼야 상설화가 법 개정 사안인지, 규칙 개정 사안인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전국법관회의 측은 조사권 위임은 반드시 법률이나 규칙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볼 수 없고, 법률상 근거가 없는 기구라도 대법원규칙으로 상설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법원 내부통신망에는 첫 회의에서 일부 판사의 발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의결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판사는 익명으로 '과연 이 회의가 전국 법관의 총의를 담은 회의인지, 이렇게 사법부 전체를 들썩거리게 할 정도의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 회의인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며 2차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설민수 부장판사와 단독판사급 판사 등 2명은 회의의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판사대표'직을 사퇴했다. 설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다시는 이 일에 끼어들거나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공석은 해당 법원에서 새로 대표를 선발해 채우게 된다고 대표회의 측은 전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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