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은 4개국 국적 확인, 4명은 참전 사실만 확인
무명용사 묘역과 온라인 추모 발길 이어져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 중에서)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6·25전쟁 참전 무명용사들의 이름이 그렇다.
21일 재한유엔기념공원 관리처에 따르면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2천300명의 유해 중에 무명용사는 모두 104명이다.
유해 발굴단이 현장에서 전투복, 군번 줄, 휴대수첩 등을 발견하지 못해 이름을 알 수 없는 참전용사들이다.
유해 발굴은 6·25전쟁 당시 작전기록 등을 토대로 현장의 위치를 확인한 뒤 진행되는데 104명 중 100명은 그나마 국적만 겨우 확인됐다.
영국이 76명으로 가장 많고 터키 18명, 한국 5명, 프랑스 1명이다. 이들 100명은 비석에 이름은 없지만 고국의 전우들 사이에 함께 안장돼 있다.
나머지 4명은 따로 마련된 무명용사 묘역에 영면해 있다.
전사자를 찾지 못한 국내외의 유가족들은 수시로 관리처에 연락해 행여나 무명용사 중에 본인들의 가족이 없는지 묻는다.
관리처 관계자는 "시신을 찾지 못한 유가족들이 많아 새로운 소식을 물어보는 연락이 계속 온다"며 "아무런 정보가 없어 원하는 답을 못 드릴 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유엔기념공원에는 무명용사를 기리는 시설인 '무명용사의 길'이 있다.
2008년 준공한 무명용사의 길은 유엔군 위령탑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구간의 이동로로 양옆에 11개의 계단·분수·소나무로 구성돼 있다.
숫자 11은 유엔기념공원에 유해가 안장된 11개 국가를, 양쪽을 더한 숫자 22는 한국을 포함한 22개 참전국을 의미한다.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무명용사지만 참전국 모두가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취지다.
유엔기념공원 방문객 일부는 무명용사의 묘역에 찾아와 꽃을 놓고 묵념을 하기도 한다.
6월 현재 유엔기념공원 홈페이지(http://unmck.or.kr/index_kor.php)의 추모 마당에 접속해 무명용사에게 온라인으로 헌화한 인원수는 1만명 정도다.
시민 최모(32) 씨는 "비록 이름을 부를 수는 없어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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