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넷플릭스는 프랑스에서 100만명 정도의 회원을 두고 있지만, 세금을 내고 있지 않습니다. 물리적으로 네덜란드에 본부를 두고 있기때문이죠."
쥘리앵 에자노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의 양자업무 자문이 최근 프랑스에서 불거진 '넷플릭스 논란'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6회 KOFIC 글로벌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그는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넷플릭스는) 제품을 팔고 있는데, 세금을 내지 않는 격"이라며 "그래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적어도 프랑스 내에서 벌어지는 넷플릭스 사업에 대해 프랑스가 세금을 매길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프랑스 CNC는 한국의 영진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자국 영화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1년부터 CNC에서 국제공동제작 업무 등을 해온 에자노씨는 "CNC는 예산 기여도에 따라 받은 만큼 지원 혜택을 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넷플릭스에 세금을 매기면 CNC 시스템 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프랑스 내에서 제작하는 콘텐츠는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영화가 극장에서 4개월간 독점 상영된 뒤 비디오 및 주문형 비디오(VOD) 6개월, 유료방송채널(PAY TV) 12개월, 공동제작에 참여한 무료 채널 8개월, 나머지 무료 채널 6개월 등의 상영 기간을 거쳐 마지막에 넷플릭스와 같은 월정액 주문형 비디오(SVOD)에서 상영된다"고 소개했다. 즉, 넷플릭스 서비스가 시행되려면 극장 개봉 후 3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옥자'가 프랑스 극장에서 4개월간 상영되면 넷플릭스 서비스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아마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기다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는 '옥자'와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스' 등 넷플릭스 영화 2편이 초청됐다. 이에 프랑스 극장협회가 두 작품을 프랑스 전역에서 개봉할 것을 요구했으나 넷플릭스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칸영화제는 내년부터 경쟁부문에 극장 상영작만 초청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에자노씨는 다만, 이런 배급 순서는 법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프랑스 영화업계가 모여 자발적, 자율적으로 합의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자와 감독, 극장주들은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한 영화가 극장에 독점적으로 걸릴 수 없도록 상영관을 제한하고, 유럽 영화에 어느 정도 스크린을 할당하자는 원칙도 세웠다. 이런 합의에 따라 현재 프랑스 대형 멀티플렉스에서는 하나의 영화를 3개 스크린까지만 상영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영화산업의 중심이 현재 극장에서 온라인 플랫폼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프랑스는 여전히 극장이 영화산업의 중심이며, 연간 관객은 2015년 약 2억500만명 수준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며 "프랑스에서는 영화 관람 자체가 대중적인 문화활동이며, 시골에 가면 극장에 가는 것 이외에 딱히 다른 재미있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 후'가 한국보다 먼저 개봉되는 등 한국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그는 "영화를 자주 보는 자칭 '시네필'들이 약 1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이들은 한국영화를 잘 알고 있고,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무엇인지, 언제 개봉하는지도 잘 안다"고 말했다. 다만 홍 감독의 영화는 독특하고, 개인적인 데다 소규모 배급사가 배급을 맡아 큰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김지운, 박찬욱, 나홍진 감독의 열렬한 팬"이라며 "특히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보고 나서는 '박 감독이 엄청난 작품을 가지고 귀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러티브나 스토리 해석 면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졌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완벽을 기했다"고 극찬했다.
아울러 "한국 주변국의 영화를 보면 많은 돈을 쏟아부어 야심이 가득하지만, 영화에 대한 사랑은 잘 보이지 않는 작품이 많다"면서 "반면 한국영화는 감성적,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영화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그래서 프랑스 관객도 한국영화에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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