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명분 설득력 있게 전달했는데도…이해할 수 없어"
한화회장배 사격대회서 이틀 연속 은메달
(청주=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세계 최고의 명사수 진종오(38·KT)가 국내 대회에서 이틀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를 마친 진종오는 농담을 섞어 "은메달도 잘한 건데 왜 난 1등을 못하면 혼나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진종오는 충북 청주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17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 20일 50m 권총, 21일 10m 공기권총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50m 권총에서는 김청용(20·한화갤러리아), 10m 공기권총에서는 김청용의 매형인 한승우(34·KT)한테 금메달을 양보했다.
전날 인터뷰를 사양한 진종오는 이날 경기를 마치고 "매우 1등을 하고 싶었지만, 사격이 워낙 결과를 알 수 없는 묘미가 있지 않으냐"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국제사격연맹(ISSF)의 개정안을 받아들여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자신의 주 종목인 50m 권총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50m 권총은 진종오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세계 사격 역사상 처음이자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종목이다.
그동안 언론 접촉을 피해온 진종오는 이날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나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당시 모든 의욕을 잃어 우울한 주말을 보냈다"고 열흘 전을 돌아봤다.
ISSF가 도쿄올림픽에서 50m 권총 등 남자 종목 3개를 폐지하고 10m 공기권총 등 혼성 종목 3개를 신설하는 방안을 확정해 IOC에 제출한 것은 올해 2월이었다.
진종오는 외국의 50m 권총 선수들과 항의하는 의미로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검은색 완장을 두르고 경기에 나섰지만, IOC는 ISSF의 개정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는 "우리가 괘씸했는지 오히려 폐지 시기를 앞당겼다는 느낌도 들었다"며 "선수들은 힘이 없다는 생각이 새삼 들더라"고 했다.
50m 권총은 진종오를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이다.
이런 이유에서 진종오는 "괘씸죄가 적용된 것 같다"고 했다.
유럽, 북미 출신 인사들이 중심인 ISSF가 아시아 선수들이 메달을 휩쓸어가는 50m 권총 종목을 곱게 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진종오는 "너무 막말을 할까 봐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며 흥분을 겨우 가라앉히고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50m 권총과 관련한 총기, 실탄 회사들까지 치밀하게 조사해서 누가 봐도 이 종목의 올림픽 잔류 명분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는데도 (ISSF가) 안 들은 것을 보면 뭔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50m 권총이 비록 올림픽에서는 폐지됐지만, 아시안게임과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서는 변함없이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훈련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다만, 올림픽 종목으로 새로 생겨난 10m 공기권총 혼성에는 각별한 신경을 쓸 계획이다.
진종오는 "지금까지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의 훈련 비율이 5대5였다면 이제는 7대3 정도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왜 50m 권총을 없애고 10m 공기권총 혼성 종목을 만드는지 아무 설명이 없어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분노에 가까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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