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의 소리를 들어라'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점가에서는 요즘 '북 큐레이션'(Book Curation)이 주목받고 있다. 큐레이션은 원래 미술계에서 쓰이던 용어였지만 서점가에서는 수많은 책 중에서 특정한 주제에 맞춰 책을 고르고 독자에게 제안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북 큐레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북 큐레이터'라는 직업도 등장했다. 신간 '책의 소리를 들어라'(책의학교 펴냄)는 일본 작가 다카세 쓰요시가 북 큐레이터 영역을 개척한 하바 요시타카(41)의 북큐레이션 노하우와 그가 큐레이션한 공간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하바 요시타카는 북카페 스타일의 서점을 최초로 도입한 일본 츠타야 서점 롯폰기 점의 북 큐레이션을 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북큐레이션 전문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여행 관련 서적들을 모아 놓은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북 큐레이션에 참여했다.
그는 "고객이 서점을 찾지 않는다면 이제는 책이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서점 외에도 재활병원, 미용실, 스포츠용품 판매장, 백화점 등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북큐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북큐레이션은 단순히 좋은 책을 골라 소개하고 멋지게 진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전에 공간의 성격에 맞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책을 발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기 입원환자가 많은 재활병원에서는 유명작가의 소설이나 대형 출판사가 낸 책, 상을 받은 작품 등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환자들의 마음을 열고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책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바는 책장을 넘기는 손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플립북'(책장을 빠르게 넘기면 마치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책)이나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사진집 등을 배치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기분 전환을 위해 찾는 미용실에는 가십성 기사가 담긴 주간지 대신 스타일리시한 외국의 그래픽 잡지나 패션 관련 잡지, 그릇·음식에 관한 품격 있는 기사가 실린 잡지 등을 배치해 잠시나마 일상과 벗어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책은 이 밖에도 다양한 북큐레이션 작업 사례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던 하바가 어떻게 북큐레이터가 됐는지를 소개하고 북큐레이션이 유행하는 사회적 배경 등을 분석한다.
책을 옮긴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어떻게 하면 좋은 책을 더 많은 독자에게 알리고 읽게 할 것인지,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독자층으로 만들어갈 것인지에 책 생태계의 미래가 달려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책과 독자의 연결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영감과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320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