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의 부인 김숙희 여사가 경찰 물대포를 맞고 숨진 고(故) 백남기씨 유족을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점심을 대접하고 위로했다.
21일 총리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날 백남기씨 부인 박경숙씨와 장녀 백도라지씨를 공관으로 초대했다. 이 자리에는 배재정 총리비서실장이 함께했다.
이 총리는 앞서 전남도지사 시절 백남기 농민의 빈소를 조문하고 광화문 영결식, 광주 노제에 참석해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 바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백남기씨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 발표하고 이철성 경찰청장이 사과하자 이총리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권경찰로 거듭나 달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공관 앞까지 마중 나온 김 여사는 유족들과 만나 함께 총리공관을 둘러보며 900년 된 등나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900년 나무의 복과 기운을 받으시라"며 씨앗을 선물했다. 후원에 열린 앵두도 따서 유족에게 건넸다.
이어서 총리가족 내실로 이동해 안방 등 곳곳을 보여줬다. 총리공관 안방을 외부인에게 공개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백씨 유족에게 직접 준비한 죽순볶음과 전복, 굴비요리 등을 점심으로 대접했다.
김 여사는 식사하며 "뵙고 싶었다. 뵙고 그간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냐"며 "백남기 농민이 밀알이 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위로했다.
백남기씨 부인 박경숙씨는 "그래도 정권이 바뀌어서 (공관 방문이) 가능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백도라지씨는 "많은 분이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셨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 총리님이 병원에 여러 번 방문해 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식사 뒤에는 응접실로 옮겨 차를 대접했다. 박씨가 "이번 경찰의 사과가 아쉽다. 진정성이 없는 사과였다"고 말하자 김여사는 "문재인 정권, 5년 희망을 갖고 지켜보자"고 답했다.
백도라지씨는 "앞에서 시위만 하던 총리공관이었는데 시대가 바뀌어 초대를 받게 됐다. 촛불의 힘이다"라며 "살림집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다"고 웃음을 보였다.
김 여사는 이 총리가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역임할 때도 낯선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낙연 각시'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등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도 취임 후 서울공관과 세종공관으로 두 차례 출입기자들을 초청해 '막걸리 회동'을 열고, 광역단체장과 일대일 식사자리를 잇달아 갖는 등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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