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서 2차 전대 타운홀 미팅 개최…정전으로 40분간 중단
'탄핵암시' 논란 이철우 "몇마디만 해도 언론이 난리…모두가 한편"
(광주=연합뉴스) 배영경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이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21일 두 번째 타운홀 미팅을 열었지만, 당권주자들 간의 설전 주제는 여전히 대통령 탄핵책임 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상진 의원, 홍준표 전 경남지사, 원유철 의원(이상 기호순)은 이날 오후 광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호남권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정견을 발표하고 정책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당권 주자들 간 자유토론은 시작 직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론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흘렀다.
원 의원은 홍 전 지사에게 "홍 후보님은 '나는 촌에 있어 잘 모르고 마치 책임이 없다'라는 투로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며 "그럼 당시 촛불혁명을 주도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라고 했다.
이에 홍 전 지사는 자신이 경남도지사직을 지냈던 기간을 '촌에 있었다'라고 표현하며 "당시 국회의원들도 한마디도 안 하고 끌려다녔는데 촌에 있던 사람에게 뭘 요구하느냐"라고 맞받아쳤다.
또 홍 전 지사는 원 의원에게 "과거 원 의원은 스스로를 '신박'(새로운 친박근혜계)이라고 했으면서 왜 탄핵 때 앞장서 반대하거나 언론에 나오지 않았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원 의원은 "홍 후보의 말씀은 경남도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촌사람이라고 한 것을 취소하라"라고 신경전을 벌였다.
신 의원은 홍 전 지사에게 "홍 후보의 인지도나 정치적 경륜은 새 인물론에는 부적합하다"면서 "후배에게 양보하시고 홍 후보는 내년에 서울시장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다.
이에 홍 전 지사는 "신 후보의 지역구인 성남·중원은 광주만큼이나 한국당에는 어려운 동네인데 4선을 했다는 것은 정말 훌륭하다"라면서 "신 후보가 당을 끌고 갈 역량이 보이면 제가 사퇴하겠다"라고 은근한 기 싸움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당 대표 후보자 3인은 그간 한국당이 '정치적 불모지'로 여겼던 호남권에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홍 전 지사는 "비록 호남은 저를 버렸지만 저나 한국당은 호남을 포기하거나 버릴 수 없다"며 당 대표가 되면 호남권 대도시를 돌며 '시민콘서트'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원 의원은 "호남의 당원 동지들이 우리를 버린 게 아니라 우리 당이 호남을 포기했던 것"이라 반성했고, 신 의원도 "저의 지역구 경기도 성남·중원 인구 중 70%가 호남분들"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19일 1차 타운홀 미팅 당시 '문재인 대통령 탄핵 암시 발언' 논란에 휩싸였던 이철우 최고위원 후보자는 이를 염두에 둔 듯 이날 "이 정부에서는 몇 마디만 얘기해도 언론이 난리가 난다. 모두가 한 편이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역시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박맹우 후보자는 "지금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이 좌편향되고 있다"며 '포퓰리즘식 정책'이라고 꼬집은 뒤 "소를 키울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잡아먹을 궁리만 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김태흠 최고위원 후보자는 홍 전 지사를 염두에 둔 듯 "당 대표가 바르게 가지 않을 때 직언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누구냐"라며 표심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광주 동구 남동 일대에서 정전이 발생해 한국당 전당대회도 진행 도중 약 40분간 중단됐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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