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근무한 직원 사망했으나 검은 리본·묵념 없어
(전주=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지난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서 전북 현대 스카우트를 지낸 A씨가 목을 맨 채 숨졌다.
심판 매수 사건으로 법원에서 유죄를 받고 전북을 떠난 지 9개월 만이다.
그는 전북에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며 심판에게 500만원을 건넨 사실이 작년 5월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북은 지난 21일 강원FC와 홈 경기를 치렀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시즌 첫 홈 경기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으로 이번 시즌 줄곧 전주종합운동장에서 경기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돌아와 치른 이날 경기는 A씨의 마지막 모습이 발견된 지 바로 5일 뒤였다.
A씨는 10년 넘게 전북의 스카우트로 활동해 왔다.
이날 열린 경기장에는 A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의 유니폼이나 구단 직원들의 복장에 검은색 리본은 없었다. 경기 전 묵념도 없었다.
전북 서포터스가 응원석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하나를 걸어놓은 것이 경기장에 나타난 A씨에 대한 애도의 전부였다.
구단도 A씨에 대해 어떤 식으로 애도를 표할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구단 차원의 특별한 애도는 하지 않았다.
A씨의 주검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을 때 축구계에서는 "구단에 대한 섭섭함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A씨가 심판에게 돈을 건넨 것은 줄곧 자기 혼자 한 일이라고 밝히면서 구단으로까지 사건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후 전북을 떠나면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심판매수 사건이 드러나면서 전북도 큰 타격을 입었다.
K리그에서 33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했으나, 승점 9점 감점의 징계를 받으면서 우승을 내줬다. K리그 3연패의 대기록을 놓친 것이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10년 만에 우승까지 하고서도 올해 출전권은 박탈당하기까지 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전북으로서는 심판 매수 사건으로 구단도 큰 피해를 당하였다는 인식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북은 이날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강원FC를 상대로 4골을 터뜨리며 대승을 거뒀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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