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보다 큰 면적 탔는데" 산불 원인은 두 달째 '오리무중'

입력 2017-06-22 09:47   수정 2017-06-22 10:47

"여의도보다 큰 면적 탔는데" 산불 원인은 두 달째 '오리무중'

산림 327㏊ 잿더미 된 강릉·삼척산불…"입산 실화 vs 자연 발화"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지난달 산림 327㏊를 잿더미로 만들고 지켜보는 국민 속마저 시커멓게 태운 강릉·삼척 산불이 두 달여 가까이 지났으나 원인 규명을 둘러싼 경찰 수사는 답보 상태다.


여의도 면적(2.9㎢)보다 큰 산림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든 실화자 검거는 물론 산불의 발화 원인조차 오리무중이다.

22일 강원지방경찰청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6∼9일 나흘간 327㏊의 산림을 태운 강릉·삼척 산불의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가 50여 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산림청과 강원도, 산림과학원, 도 소방본부 등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했다.

산불 발생지 주변 주민과 인근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분석으로 확인된 입산자 등을 일일이 찾아내 탐문 조사했다.

강릉·삼척 산불의 탐문 수사 대상자만도 100여 명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수사는 장기화하고 있다.

57㏊의 산림을 태운 강릉 산불은 수사 초기부터 입산자 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벌채 후 조림된 지역 특성상 산림이 우거지지 않아 초본류인 산나물이 많이 자생한다는 게 산림 당국의 설명이다.

여기다 발화 추정 지점도 300여m 높이의 능선이라는 점에서 산나물 채취꾼 등 입산자 실화에 무게를 더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발화 지점으로 향하는 곳에 설치된 3곳의 CCTV 분석을 통해 확인된 입산자와 인근 5∼6개 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발품을 판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실화 용의자를 특정하거나 의심스러운 행적도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자연 발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벌목 후 조림한 지역은 나무가 듬성듬성해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데다 벌목 작업 과정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물병이 돋보기 역할을 해 발화했거나, 낙뢰로 인해 불씨가 산불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 이병두 박사는 "플라스틱 물병의 돋보기 역할 가능성은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얘기"라며 "실제 현장에서 강한 햇빛이 물병을 투과해 낙엽을 태울 수 있는 자연 발화 조건을 갖추기란 매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장 조사 당시 낙뢰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 발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조림지역이 초본류의 서식 조건을 갖췄다는 점에서 오히려 산나물 채취 등 입산자 실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오리무중인 것은 270㏊의 산림을 태운 삼척 도계읍 점리 산불의 원인 규명 수사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수사 초기 입산자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발화 추정 지점으로 이어지는 임도와 접근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워낙 깊은 산 속에서 불이 난 탓에 CCTV를 통한 입산자 신원 확인이 쉽지 않다.

일부 산나물 채취꾼과 농사를 짓는 주민 등을 상대로 이동 경로와 화기 소지, 산불 발생 당시 상황을 탐문했으나 용의점은 찾지 못했다.

다만, 최초 발화 추정 지점에서 누군가 특정 작업을 한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이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인위적 작업의 흔적은 입산자 실화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며 "작업의 유형에 따라 직업군이 특정되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놓고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10년간 산불 10건 중 4건이 입산자 실화인 점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라며 "주민 등의 결정적 제보가 답보 상태인 산불 수사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적극적인 신고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6∼9일 나흘간 이어진 강릉·삼척 산불은 여의도(2.9㎢)보다 큰 327㏊의 산림과 가옥 37채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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