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한국학중앙연구원 주도로 우리 역사·문화유산을 집대성한 사전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민백) 편찬 사업이 중단 없이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22일 나왔다.
1980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 전신)이 만들기 시작한 '민백'은 1991년 27권의 책으로 발간됐으며 1995년 보유편 1권을 더해 28권으로 완간됐다. 사전 편찬에는 3천800여 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경기도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 사업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에서는 교육부 지원으로 2007년부터 10년간 진행된 개정·증보 사업이 11월 끝남에 따라 개정·증보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안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기업이나 교육부의 수탁 과제로서 개정·증보가 진행됐다"면서 "투입 인원 21명 중 16명이 계약직이거나 포털 콘텐츠 제공으로 받은 돈으로 임시 채용됐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마저도 올해 11월 초에 종료될 예정이어서 2018년 이후 편찬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면서 "불안한 운영을 멈추고 한국학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으로 공유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6~1987년 편찬부장을 맡았던 조동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기조연설에서 "'민백'은 기존 사전을 번안하지 않고 원고를 우리가 전부 써서 만든 최초의 노작"이라면서 "민족문화를 내용으로 한 세계 최초의 백과사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편찬부장의 잦은 교체와 편찬 방향의 일관성 상실 등으로 초판본에도 부족한 점이 많음을 지적하면서 "재건축까지는 가지 않아도 리모델링 수준의 전면적인 개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부터 문학 분야 편찬위원으로 편찬 사업에 관여했던 조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민백'이 북한과의 체제경쟁 때문에 시작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한 달 전인 1979년 9월 북한에서 대백과사전 발간 계획을 발표하고 김일성을 다룬 1권을 내자, 우리 정부도 이에 대응해 대백과사전 발간에 나섰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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