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의 품격' 후속편 발간…"현재의 한식에 품격이란 없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 가운데 하나가 밥상 엎기라고 믿는다. (중략)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한식이라는 크나큰 밥상을 뒤엎는다."
한식 비평서 '한식의 품격'(반비 펴냄) 서문의 마지막 문장이다.
저자 스스로 '밥상 엎는 일'에 비유했을 정도로 날 선 비평에 책을 읽는 내내 입안이 깔깔할 정도다.
건축 칼럼니스트 겸 음식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용재 씨는 우리네 외식문화를 다룬 '외식의 품격'(2013) 후속편 격인 이 책에서 "현재의 한식에 품격이란 없다"고 비판한다.
입천장이 까질 지경인데도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고, 혀 맛봉오리가 무사하기 어려울 정도의 매운맛을 우리 식문화 정체성이라고 믿고, 정체도 불분명한 참기름으로 음식을 덧칠하는 등의 행동들이 '한식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책은 '맛'과 '조리'라는 두 축을 내세워 한식문화의 본격적인 검증에 나선다.
1부에서는 짠맛·단맛·신맛·쓴맛·감칠맛 등 5가지 기본 맛과 매운맛을 비롯해 우리 고유의 것으로 여겨지는 6가지 감각까지 아우르면서 각각의 쓰임새와 특성을 살핀다.
저자는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나트륨 때문에 맛의 중심을 잡는 소금이 설 자리를 잃고, 설탕을 줄이겠다며 대체 감미료를 남발하는 현실을 짚으면서 소금과 설탕을 적절히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2부에서는 밥과 반찬, 김치, 국물, 볶음, 직화구이 등 다양한 일상 음식을 촘촘하게 훑으면서 한식 생활의 전반적인 개선을 제안한다.
'전통', '손맛' 등의 구호로 포장된 한식 문화가 현대 식생활에서는 비효율적이고 성차별적인 특성이 있음을 지적한 문장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인식되는 라면을 한국적인 맛의 대량생산을 이끈 한식으로 평가한 점도 새롭다.
53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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