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빤 피 분석, 흡혈 이틀 후까지 개인 특정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여름밤에 발생하는 범행의 경우 이 속담에 모기를 추가해야 할지 모른다.
사건 현장을 날아다니는 모기가 흡입한 피를 분석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모기가 흡입한 혈액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나고야(名古屋)대학 연구팀은 모기가 빨아들인 피에서 흡혈 이틀 후까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논문을 최근 미국 과학 전문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민간업체 연구소와 공동으로 알 단계에서부터 사육한 보통 홍모기와 줄무늬모기를 이용해 실험했다.
2종류의 모기에게 사람의 피를 빨도록 한 뒤 흡혈 직후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72시간 후까지 모기의 체내에 남은 2~4마이크로리터 정도의 혈액에서 DNA를 감정했다. 혈액이 소화되는 상황을 토대로 모기에 물린 40~50대 남자 7명의 결과를 분석했다.
범죄수사에도 이용되는 키트를 이용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DNA 상의 특징적으로 반복되는 15곳의 염기서열을 조사한 결과 흡혈 후 12시간까지 15곳 모두에서 판정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이 모기의 체내에서 서서히 소화되는 과정에서 DNA가 점점 깨지지만 48시간 후 까지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72시간 후에는 소화가 이뤄져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앞으로 남녀 1명씩에서 피를 빤 모기의 체내에 남은 혈액에서 Y 염색체상의 DNA 감정을 통해 성을 특정해 내고 모기에게 남은 혈액의 DNA가 깨진 정도 등을 토대로 몇 시간 전에 피를 빨았는지 추정하는 방법 등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나고야대학의 야마모토 도시미치 교수(법의학·생명윤리학)에 따르면 여름에 발생하는 범죄현장에는 모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야마모토 교수는 "아직 연구단계지만 모기를 통해 현장에 있던 시간까지 알아낼 수 있게 되면 현장에 남은 모기도 증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범죄억제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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