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엔 "배치결정 존중" 말하며 민주적 절차 문제 지적
中엔 배치 지연 고리로 北설득 촉구, 사드보복 중단 압박
이달 말 트럼프, 내달 초 시진핑과의 잇단 대좌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꼬일 대로 꼬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방정식을 풀기 위한 본격적인 해법 모색에 나섰다.
23일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과 뒤이어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의 한중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을 향해 동시다발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어 양자를 모두 설득할 출구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는 일관되고 명확하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미 양국 정부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그에 앞서 환경영향평가 등 국내의 법적·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런 절차가 합의를 뒤엎으려는 조치가 아니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 미국 CBS방송, 워싱턴포스트와의 잇단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과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해 한미동맹에 근거해 한미가 합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합의 존중 의사를 명확히 했다.
또 "배치 결정은 전임 정부가 한 것이지만, 나는 그 결정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일방적인 변경 조치를 하지 않을 것도 시사했다.
그러면서 최대 1년이 걸릴 수도 있는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배치를 연기하거나 결정을 뒤집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가 간 합의 사항을 뒤집지는 않겠지만 지난 정부에서 무시됐던 국내의 합법적인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전날 사드 발사대 1기가 당초 한미 합의와 달리 실전 배치됐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어떤 연유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모든 절차가 앞당겨졌다"며 "국내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면서 국내 절차를 무시한 '꼼수'를 쓴 것도 문제이지만, 합의 내용을 어긴 미국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졌다.
사드 운용 주체가 주한미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배치하기로 했던 1기의 사드 실전 배치 역시 미국의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사드 배치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국내 절차 준수라는 문 대통령의 논리를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전날 강경화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한국 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상원도 사드 논란 와중에 "한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며 문 대통령의 내주 방미를 환영하는 초당적인 결의안을 발의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중국에는 사드 제재 철회 요구를 직접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 주석과 만날 기회를 갖는다면 모든 제재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하겠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의제"라고 밝혔다.
혈맹인 미국을 향해 절차 문제를 거론하며 사실상 사드 실전배치 연기 절차에 돌입한 수를 둔 만큼 중국도 그에 상응하는 해제 조치를 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멈추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지만, 아직 체감할 수 있을 만한 결과는 없다"며 "중국이 북한 위기 해결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의 명분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용인 만큼 북한에 영향을 미칠 여력이 충분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도발을 중단시키는 데 일조한다면 중국 희망대로 사드 배치가 필요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여기엔 중국이 그런 실질적인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사드를 철회하라고만 주장하는 것은 한중 관계를 고려했을 때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결국 미국에게는 같은 민주국가로서 국내의 법적 절차를 고리로 사드 배치를 늦추면서, 동시에 중국에는 사드 배치의 원인인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는 실질적인 행동을 보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절묘한 해법을 구사하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고, 중국도 전날 1년 4개월 만에 열린 한중 외교차관 간 전략대화에서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보름 안에 잇따라 열릴 미국 및 중국 정상과의 대좌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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