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고글을 착용하면 진짜 같은 영상이 보이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사용, 도깨비저택이나 롤러코스터를 닮은 체험을 즐기는 '가상유원지'가 일본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여름 행락 시즌을 앞두고 일본 각지에서 가상유원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형 테마파크에서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체험을 좁은 공간에서 실현,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꺄악!" 최근 도쿄도 시부야구 중심가에 있는 빌딩 지하 1층에서 여대생(22)이 목을 천천히 흔들면서 돌연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얼굴에는 360도 영상이 보이는 고글, 귀에는 헤드폰을 착용했다.
폐허가 된 병원에서의 유령 현상을 유사하게 체험한 뒤 "정말 걷고있는 것 같아 무서워져서…"라고 말했다. 24일 개업하는 '시부야VR랜드' 사전 체험장에는 절규나 웃음소리가 연신 터져나왔다.
이 VR랜드는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 테마파크를 하는 하우스텐보스가 운영한다. 1시간 체험에 2천200엔(약2만2천600원)으로 100㎡ 실내에서 다섯 종류의 공포 체험 등 VR을 즐길 수 있다.
고층빌딩 사이를 낙하나 상승을 되풀이하며 스릴을 맛보거나, 멋진 남성이나 여자 고교생과의 유사연애를 수 분간 체험하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하우스텐보스 내에는 이미 설치돼 인기다.
회사 관계자는 아사히 취재에 "VR은 아직 체험자가 비교적 적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성장 여지는 큰 편이다"라며 시부야 지역 이외에서의 개업도 계획중임을 밝혔다.
게임을 개발하는 '반다이남코(BANDAINAMCO)엔터테인먼트'도 7월 도쿄도 신주쿠 영화관 철거지에 'VR ZONE SHINJUKU'를 개업한다. 정글에서 공룡으로부터 도망치기 등 VR 15종류를 갖춘다.
입장료는 4종류를 기준으로 티켓을 포함해 4천400엔으로 한다. 간사이 지역 고베시에서도 9월 소형점포를 열고, 내년 3월까지 일본 내외 도시지역에 20점포 이상을 계획한다.
수도권에서는 이미 지난 봄 도쿄도 이케부쿠로 고층빌딩 '선샤인60'이 전망대에 롤러코스터 등의 VR을 설치했다. 시부야에도 스포츠카 운전 등 8종류의 VR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이미 들어섰다.
대형 쇼핑시설인 이온몰은 작년에 도쿄 북부 사이타마현 고시가야시와 중부 아이치현 나가쿠테시의 점포에 VR 시설을 유치했다. 가상유원지로 고객을 유인, 상품매출 증대로 연결하려는 포석이다.
가상유원지의 개업이 잇따르는 것은 출산율 감소 경향 속에서도 유원지나 테마파크 시장은 꾸준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산업성에 의하면 일본내 시설의 매출합계는 10년간 1.5배 이상 늘었다.
작년도는 6천650억엔으로 사상 최고를 갱신했다. 특히 도쿄 인근 지바현 우라야스시에 있는 도쿄디즈니리조트나 오사카시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 등 대형 테마파크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다만 유원지나 테마파크는 다채로운 어트랙션을 설치하기 위해 드넓은 토지나 고액 설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도시지역에서의 신규 개업은 기본적으로 어렵다.
이에 비해 VR 시설은 좁은 부지라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게임 등에 손님을 빼앗기는 경향이 있는 게임센터 등 어뮤즈먼트 업계에서의 참여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개업이 잇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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