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흑인 인구 이탈 가속화…1년 새 1만여 명 떠나

입력 2017-06-23 11:32   수정 2017-06-23 11:44

美시카고, 흑인 인구 이탈 가속화…1년 새 1만여 명 떠나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100년 전, 산업화 바람을 타고 일자리를 찾아온 남부 흑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돼주었던 미국 시카고의 흑인 인구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은 센서스국 자료를 인용, "2015년부터 2016년까지 1년사가 시카고를 포함하는 광역자치구 일리노이 주 쿡 카운티에서 흑인 1만2천여 명이 전출해나갔다"며 "2014~2015년 9천 명보다 더 늘어난 수치"라고 보도했다. 쿡 카운티는 2010년 기준, 미국에서 흑인 수가 가장 많은 카운티였다.

'시카고 광역도시권'(The Greater Chicago)에 해당하는 인디애나 주 북서부와 위스콘신 주 남동부까지 포함하면 2010년 이후 4만6천 명의 흑인 인구가 이탈한 것으로, 미국 내 어느 지역보다 큰 규모라고 트리뷴은 설명했다.

이어 "시카고를 벗어난 흑인 일부는 일리노이 주 다른 지역에 새로 자리잡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남부 또는 서부 주로 옮겨갔다"며 시카고 흑인 인구 이탈 현상이 일리노이 주 인구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일리노이 주 인구는 전국 어느 주보다 많은 3만7천508명 감소했고, 시카고는 미국 10대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가 줄어든 대도시로 기록됐다. 지난해 시카고 광역도시권 인구는 전년 대비 1만9천570명 줄어들었다.

트리뷴은 "일리노이 주를 떠나는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세율과 주 정부 예산 교착상태, 거친 날씨 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흑인 인구 이탈 원인은 이와 크게 다르다"며 전문가 말을 인용, "흑인들은 안정적인 소득과 안전한 주거지 등 '안정성'을 찾아 떠난다. 시카고에서 흑인들이 얻기 어려운 것"이라고 전했다.

센서스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시카고 시 흑인 인구는 18만1천 명 감소했다.

종교지도자 코리 브룩스 목사는 "시카고 흑인 밀집지구의 범죄조직 폭력 문제는 결국 경제 문제'라며 "일자리와 먹을 게 없고, 가족을 돌볼 수 없는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브루킹스 연구소' 인구통계학자 윌리엄 프레이 박사는 "범죄는 인구 이동의 다양한 요인 중 한 가지일 뿐"이라며 거시적 관점에서 이 현상을 보아야 한다고 이견을 제시했다.

크게 보면 흑인들도 다른 일리노이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따뜻한 남쪽 주'로 이주하고 있으며 일부 인구학자들은 이를 1920년대부터 시작됐던 남부 흑인 인구의 북부로의 대이동(Great Migration)에 빗댄 '역이동'(Reverse Migration)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 경기 침체기 이후 한동안 그 흐름이 둔화했었으나 최근 들어 일자리가 많고 집값이 싼 남부로의 이동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리뷴은 1970년대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시카고 흑인 인구가 교외도시로 옮겨가는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프레이 박사는 남부 주들은 특히 '젊은층' 흑인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며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시카고와 디트로이트 등 오대호 주변 공업도시들로 남부 흑인들을 대거 유입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남부 주에 흑인 중산층들이 자리 잡고 있고, 네트워킹 기회가 더 많다"면서 "흑인 역사가 충만하고, 친지들이 살고 있어 옮겨가기 좋은, 문화적 요인도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미전역에서 흑인 인구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조지아 주 애틀랜타 광역도시권으로, 흑인 전입자가 4만6천 명에 달했다.

트리뷴은 "시카고를 떠나는 흑인은 대부분 중산층이지만, 일부 부유층 흑인도 포함돼있다"며 시카고에서 연간 최소 10만 달러 수입을 올리는 흑인 가구 비율이 2014년 전국 대도시 7위에서 2015년 21위로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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