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생일'…'진갑' 최씨 유죄 선고·'지천명' 이 부회장 종일 재판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피고인인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3일 나란히 우울한 생일을 맞았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으로 불운하게 꼬인 두 사람이 묘하게 같은 날 생일을 맞은 것이다.
1956년생인 최씨는 이날로 진갑(進甲)을 맞았다. 우리 나이로 환갑의 다음 해인 62세 생일이다. 최씨보다 12년 아래 1968년생인 이 부회장은 이날로 쉰 줄 문턱에 들어섰다.
'자유인'의 신분이었다면 가족과 지인들 축하 속에 뜻깊은 하루를 보냈겠지만, 수감자 처지인 최씨는 구치소와 법정에서 쓸쓸히 생일을 보내고 있다. 딸 정유라씨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권력 서열 1위'라는 얘기까지 들었던 최씨는 이날 자신의 딸 정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수차례 "억울하다"고 주장해 온 그였지만 사법부는 그가 저지른 범죄만큼이나 무거운 질타를 쏟아내며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최씨 자신이 그토록 부인했던 딸의 공모 관계까지 인정되면서 일단 1심 결과만 놓고 보면 '삐뚤어진 모정'의 대가를 딸까지 치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씨는 정신적 충격을 추스를 새도 없이 이날 오후 '40년 지기'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나란히 피고인석에서 삼성 뇌물 사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내 1위 기업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로 '하늘의 명·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됐지만, 종일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이라는 40대 끝자락에 특검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이후 1주일에 두세 번씩 재판을 받느라 강행군 중이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측에 수백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오전부터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주 들어 세 번째 재판이다.
남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은 이 부회장은 내내 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수감 생활이 길어지면서 다소 살이 빠진 듯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의 재판은 증인 신문이 길어지면서 밤늦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날도 소환된 증인이 4명에 달해 이 부회장은 법정에서 하루를 꼬박 보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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