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차 세계대전 중 칠레에서 활동하던 나치 독일 첩자들이 연합국의 주요 해상 통로인 파나마 운하를 파괴하려 했으나 칠레 당국에 의해 저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 국가수사국이 22일(현지시간) 기밀해제와 함께 일반에 공개한 1937~1944년 사이 관련 문서들에 따르면 수사국 내 방첩부서인 제50과가 칠레 최대항구도시인 발파라이소에서 40명을 체포해 이들의 파나마 운하 파괴 계획을 무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제50과는 아울러 당시 칠레에서 활동 중이던 2개 나치 첩보망을 해체했다고 엑토르 에스피노자 칠레 수사국장은 밝혔다.
그는 "만약 그들(나치 첩자)의 계획이 성공했더라면 칠레 역사뿐 아니라 전 세계 역사를 바꿔놓았을 것"이라면서 "그들(제50과 소속 요원)이 바로 역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개된 기밀해제 문서들에 따르면 또 당시 칠레 정·재계에는 상당수 나치 지지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칠레 남부에 거주하던 독일계 이민 후손들은 준 군사훈련을 받았으며 칠레 내 나치 지지자들은 연합국 선박들의 항로에 관한 독일 측 정보를 전달해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칠레 수사당국은 수사 끝에 40여 명을 체포했으며 이때 암호 책과 무전기 및 무기 등도 함께 발견했다. 칠레 북부 광산들을 폭파하려던 이들의 계획들도 적발됐다.
나치 활동 관련 문서 공개는 최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나치 시대 유품들이 다수 발견된 것과 거의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칠레와 아르헨티나에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 추축국을 지지하는 상당수 세력이 있었으며 전쟁 후에는 많은 나치 잔당들이 유럽에서 처벌을 피해 남미로 도피한 후 은신했다.
이날 기밀 해제된 80건의 당시 문서들은 칠레 국립문서보관소에 인계돼 일반인들도 열람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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