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회 전국학술대회서 정은희 소장 지적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광지 개발 과잉 현상이 결국 자연이 좋아 제주를 찾아온 사람들을 거꾸로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제주대학교 진앙현석관에서 열린 '제주 이주의 역사와 문화' 2017년 제주학회 제45차 전국학술대회에서 '제주 이주민의 역사'를 저술한 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은 '제주 이주민의 역사와 현재적 지점'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 소장은 "제주 이주민의 역사는 오랜 세월 제주를 형성해 온 수많은 시대 상황이 모여 오늘날의 제주역사의 본류가 된 것"이라며 "현재의 제주도는 이주자의 세대 속에서 층층이 이뤄진 '이주자의 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이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제주 인구의 증가와 그에 따른 개발은 제주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최근 나타나는 사회현상들은 건강한 삶을 위해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이냐는 의문점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2017년 6월 현재 제주의 인구는 66만명을 넘어섰다"며 이주자로 인해 매월 갱신되고 있는 유입인구의 수치, 이주자로 인해 발생하는 긍정과 부정의 사실들은 제주도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의 인구는 2010년 이후 전국의 인구 증가율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면서도 제주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전출인구는 2007년 2만4천543명에서 2012년 2만345명으로 줄어들다가 2013년부터 전출인구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전출인구는 2만4천287명으로, 2014년 2만1천723명보다 11.8% 증가했다.
정 소장은 "인구증가로 이주민의 전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시기에 전출인구의 증가는 제주를 떠나는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며 "최근에 불고 있는 '제주로의 이주 열풍'은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이주민들로 하여금 제주를 떠나게 하는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즉 개발과 이주 열풍에 대한 일종의 '역풍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정책이 제주도 상주인구 100만명을 목표로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물 부족', '생활쓰레기와 수질오염', '교통문제', 생태계와 경관 문제', '제주문화의 원형 파괴' 등 각종 개발로 인한 문제점이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의 비극'이라 할 수 있는 관광지 개발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제주에서 편안한 삶을 위해 행해지고 있는 개발이 결국에는 개발로 인해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자연이 좋아 제주를 찾아온 사람들을 거꾸로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같이 제주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의 파괴를 수정·보완·보호하지 않으면 '생태계'라는 거대한 유리창이 파괴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 소장은 "자연자원의 보존 노력과 문화자원의 보존, 경관보호에 (제주 원주민과 이주민이) 공동으로 함께 참여한다면 아름다운 섬, 살기 좋은 섬, 제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참다운 공공성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학회와 국회의원 오영훈 주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원말명초 몽골족 제주이주 연구'(오영주 제주한라대 교수), '여말선초 제주 입도조 연구'(홍기표 전 성균관대 사학과 겸임교수), '한국전쟁기 제주 피난과 이주 그리고 정착'(김아람 연세대 국학연구원), '산업화 시기의 제주이주민'(염미경 제주대 교수), '2000년대 이후 문화이주 연구를 위한 새로운 관점'(김동현 제주대 교수), '외국 이주민의 정착과 전망'(황석규 제주다문화복지교육연구소 이사장) 등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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