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중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비리에 연루된 피고인 9명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비록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사법부가 국정농단의 한 축을 이루는 이대 입시·학사비리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엄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국정농단 사태 수사에 나선 지 8개월 만에 처음 나온 법원의 판결이다. 지난 5월 18일에는 김영재 원장 등 '비선진료'에 연루된 관련자 전원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특히 최 씨는 기소된 여러 사건 중 이번에 처음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향후 다른 사건의 판결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9부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3년,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정유라 씨 부정 입학과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공모 여부와 관련. 최 씨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그리고 최 전 총장 등 이대 주요 보직교수들 간의 순차적 공모관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특히 최 씨의 범행과 관련해서는 '삐뚤어진 모정'과 함께 "'빽도 능력'이란 냉소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또 이대 교수들에 대해서도 대학에 대한 신뢰를 허물어뜨리고, 특히 사회의 핵심기반인 공정성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꾸짖었다. 정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돈도 실력이야"란 말 한마디가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촉발된 이대 입시·학사 비리가 우리 사회에 미친 악영향을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이대 교수 7명 전원에 유죄선고가 내려져 작년 가을부터 200여 일간 표류를 거듭하다 5월 말 김혜숙 신임 총장의 취임과 함께 치유와 정상화에 나선 이화여대생들에게는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판결은 최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뇌물을 받은 혐의 등 남은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특히 법원이 이날 재판에서 정유라 씨를 학사비리의 공범으로 인정함에 따라 두 차례 구속영장 기각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하던 검찰수사가 다시 활기를 찾을지 주목된다. 공모관계가 인정됨에 따라 정 씨의 유죄 가능성도 커졌고, 검찰이 3차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유죄 판결을 받은 류철균 교수는 정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나는 이번 사건으로 수십 년 동안 쌓은 작가, 교수로서 인생을 모두 망쳤는데 정유라는 뻔뻔한 태도를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판결을 계기로 정 씨에 대해 철저히 보강수사를 벌여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보전 같은 우회로를 기웃거리지 말고, 치밀한 수사와 증거수집에 기반을 둔 정공법으로 택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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