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재단 추가지원 요청 때 배석…"崔, 대기업 4곳에 보낼 소개서 지시" 증언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SK그룹 측에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지원 요청을 협상하는 자리에 배석했던 최순실씨 측근이 최씨 지시로 '비덱스포츠'의 한국지사장 흉내를 냈다고 증언했다.
SK측에서 추가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최씨 측 인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재무이사를 맡았던 장모씨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에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지난해 초 K재단의 정현식 사무총장, 박헌영 과장이 SK 관계자들을 만나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비용 등의 명목으로 89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때 비덱스포츠 한국지사장 자격으로 동석했다.
장씨는 그러나 이날 검찰이 "비덱스포츠를 아느냐"고 묻자 "최씨에게서 어린 스포츠 선수들을 육성하는 회사라는 건 들었지만,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장씨는 최씨가 SK와의 면담 자리에도 가라고 지시했으며 면담 배석을 위해 '비덱 한국지사장' 명함도 받았다고 진술했다.
당시 최씨는 장씨에게 이런 지시를 하며 "독일에서 영재를 발굴할 것이고, SK가 도와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검찰이 "실제 비덱 한국지사장이냐"고 묻자 "제가 그런 실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이 재차 "비덱 한국지사장으로 행세한 것 말고는 한 역할이 없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확인했다.
장씨는 K재단 관계자들이 SK 측에 50억원을 직접 비덱으로 송금해달라고 한 부분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장씨 등을 만난 SK 임원도 최근 법정에서 "장씨가 비덱 한국지사장이라고 소개했는데 비덱 관련 논의를 할 때 별말이 없어 특이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오전 재판에 나온 플레이그라운드의 김성현 이사는 최씨에게서 "기업에 전달할 회사 소개서를 준비해서 빨리 보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씨가 "어느 기업을 말하느냐"고 묻자 최씨가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대기업 4곳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렇게 만들어진 플레이그라운드 소개 자료가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의 비공개 면담 이후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을 통해 최 회장 측에 건네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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