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몰려온다] 배우를 찾아라…몸값이 나르샤 ③

입력 2017-06-25 09:01   수정 2017-06-25 09:22

[드라마가 몰려온다] 배우를 찾아라…몸값이 나르샤 ③

인기 주·조연 배우에 쏠림 가속화…신인들에게는 기회

제작사들, 중국 배제한 수익 모델 세워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드라마 전쟁은 자연스럽게 배우 캐스팅 전쟁으로 옮아간다.

특히 주인공으로 내세울 스타급 배우는 한정된 상태라 스타 캐스팅 전쟁에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작가 캐스팅도 마찬가지. 감독이 좌지우지하는 영화와 달리 작가의 힘이 막대한 드라마에서는 기본 이상을 하는 작가를 캐스팅하는 것 역시 치열한 싸움을 예고한다.

캐스팅 전쟁은 몸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제작비 상승으로 귀결된다. 차이나머니가 막힌 상황에서 한류 드라마는 어디서 재원을 확보할 것인가.





◇ "내년에 캐스팅 전쟁 날 것"

박호식 스튜디오드래곤 CP는 25일 "배우 캐스팅이 제일 큰 문제"라며 "내년에 전쟁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이 막힌 만큼 배우들의 출연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동안 높았지만, 바로 공염불이 된 것이다.

박 CP는 "드라마 제작이 늘어나면서 중국 수출이 막혀도 주연배우 몸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조연들의 몸값도 올라갈 것"이라며 "자연히 작가료, 스태프 비용도 올라가면서 제작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4억~5억 선이며, 연속극은 2억~3억 수준이다. 그러나 캐스팅 경쟁이 불붙으면 제작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제작사들은 이에 대비해 우선 작가들을 '입도선매'하는 방식으로 총알을 갖추고 있다.

김은숙, 박지은을 필두로, 강은경, 박혜령, 이경희, 김순옥 등 인기 작가들은 대부분 드라마 제작사와 50~100회 작품 집필 계약이 된 상태다. 여기에 신생 제작사들이 가세하면서 웬만큼 이름있는 작가들은 '싹쓸이 계약'이 진행 중이다. 특히 상장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작가 계약 자체가 '포트폴리오'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김영섭 SBS드라마본부장은 "드라마 제작 경쟁이 무한경쟁으로 접어들면서 몸값 상승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 한류를 주도해온 지상파 드라마들이 계속 고 퀄리티 드라마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해진다는 얘기"라며 "지금처럼 광고가 안되고 지상파에 각종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CJ의 자본 공세에 맞서기가 힘겹다"고 토로했다.

초특급 스타의 몸값은 회당 1억원을 돌파한 지 오래다. 또 웬만한 A급 스타의 회당 드라마 출연료가 5천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조연들도 귀하신 몸이 됐다. 사전제작드라마가 속속 제작되면서 인기 조연 배우의 경우는 본의 아니게 여러 드라마에 동시 출연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캐스팅이 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인기 배우'들에 쏠린 탓이다.

드라마업계에서는 이참에 배우와 작가 모두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인력 풀로는 쏟아지는 드라마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예 기획사들은 신인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석준 FNC애드컬쳐 대표는 "기획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면 소속 신인과 조연들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갈 수 있어 윈-윈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중국시장 상관없다"…다른 해외 시장 개척 활발

상승일로의 제작비를 보전하기 위해 제작사들은 저마다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 이후 2년여 반짝 중국 특수를 누리다가 중국의 한한령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드라마업계는 달라진 모습이다. 중국 시장이 다시 풀리길 기대하면서도 이미 새로운 드라마 기획에서는 중국을 배제한 수익 모델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를 중국에 회당 40만 달러(약 4억5천700만 원)에 팔면서 중국 판매만으로 91억 원을 벌었던 제작사 바람이분다는 올 하반기 새로운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중국 시장은 아예 배제하고 진행했다. 한한령이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국에서의 수익 기대하며 포트폴리오를 짤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도 "중국 시장이 풀릴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지만 안 열려도 수익을 낼 수 있게 드라마를 진행하고 있다"며 "동남아 시장이 커지고 있고,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신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와 주문형 비디오(VOD) 판매 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회당 제작비가 50억~100억 사이인 미국 드라마의 10분의 1도 안되는 비용으로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독점 방영권을 팔 경우 한국 드라마는 제작비용을 바로 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FNC애드컬쳐의 경우 중국 시장을 겨냥해 제작했다가 한한령에 발목이 잡혔던 웹드라마 '마이 온리 러브송'을 얼마 전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안석준 FNC애드컬쳐 대표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우리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향후 넷플릭스와 사전에 계약을 맺게 되면 기획단계에서부터 서구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콘텐츠가 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깨비'의 경우 중국에만 못 팔았을 뿐 수출로 목돈을 쥐었다. 미주, 캐나다, 중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대만,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에서는 한국 본방송 후 24시간 이내 서비스를 하는 동시방송이 진행됐고, 일본,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몽골, 스리랑카, 몰디브,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에도 수출됐다.

안석준 대표는 "중국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아쉽기는 하지만, 동남아 시장 등이 확대되고 있어 수출지역 다변화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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