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 홍콩인 20년새 8.3배로 급증…작년 11명중 1명 방한
中 한한령에도 한류 확산…교역액 2.7배로 증가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한국영화 '부산행'이 지금까지 홍콩에서 개봉된 모든 중국어 영화를 물리쳤다."
공유가 주연을 맡은 좀비 영화 부산행이 작년 9월 홍콩에서 개봉한지 한 달 만에 주윤발(周潤發), 애런 ?(郭富城·곽부성), 토니 렁(梁家輝)의 '콜드 워2'(寒戰2)가 세운 아시아영화 흥행기록을 경신하자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죽지 않은 자들이 홍콩 극장에서 극적으로 생기를 되찾았다"고 격찬했다.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 또는 제한령)이 한창이던 작년 8월 말 홍콩에서 개봉된 부산행은 2002년 '엽기적인 그녀'가 세운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개봉 나흘 만에 경신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부산행은 최종 100억 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리며 콜드 워2나 '쿵푸허슬'(功夫), '소림축구'(少林足球) 등 홍콩에서 개봉된 어떤 아시아영화보다 많은 수입을 거뒀다.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인 1980∼90년대 한국이 '영웅본색'(英雄本色), '첩혈쌍웅'(牒血雙雄)을 포함해 홍콩 범죄액션 느와르에 열광하던 현상이 20여 년 새 정반대로 바뀐 양상이다.
홍콩 내 한류 열풍은 영화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산했다.
'도깨비' 등 드라마는 물론 '런닝맨',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삼시세끼'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홍콩 공중파 TV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K팝 스타 콘서트와 팬미팅은 작년 약 60차례 열려 평균 주 1차례를 웃돌았으며 지난달 중순까지 두 달간 한류스타 행사가 작년 같은 기간의 2배였다.
홍콩 내 한류 스타 팬클럽 회원은 4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류 가수들이 대상을 휩쓰는 아시아 최대 음악시상식인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는 2012년부터 5년 연속 홍콩에서 개최됐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면서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이 10월부터 두달간 진행하는 한국문화제(페스티브 코리아)의 프로그램 수가 2011년 10여 개에서 작년 34개로 크게 늘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홍콩섬 센트럴(中環)에 한국 문화를 홍콩에 알리는 한국문화원이 신설될 예정이다.
한류 확산으로 한국어 배우기 열풍도 고조되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 TOPIK에 응시하는 홍콩인 수는 2011년 1천205명에서 작년 3천170명으로 2.6배 증가했다. 40여 개 대학 한국어 과정과 사설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 수가 2014년 기준 2만9천여 명에 달했다.
한류 확산으로 한국을 직접 찾는 홍콩인도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홍콩지사에 따르면 작년 한국을 방문한 홍콩인은 65만676명으로 1996년 7만7천958명에 비해 20년 새 8.3배로 급증했다.
작년 홍콩 인구 726만 명 중 9%가 한국을 다녀간 것으로, 인구대비 한국 방문객 비율이 세계 1위다.
작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 본토인은 598만 명에 달했지만, 전체 인구대비로는 0.4%에 불과했으며 미국은 0.3%에 못 미쳤다.
2015년 한국 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발로 한국 방문객이 전년보다 6% 줄어들기도 했지만, 메르스 위기가 극복되자 이내 한국을 찾는 홍콩인의 발길이 늘었다.
홍콩을 방문하는 한국인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작년 한국과 홍콩 간 왕래 인원은 205만 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식품에 대한 호감도도 같이 높아져 작년 한우가 세계 최초로 홍콩에 수출됐다.
2005년 드라마 '대장금'의 돌풍 덕에 높아진 한국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2015년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에 힘입어 프라이드치킨과 떡볶이 등 간식류로 확산했다. 작년 9월 현재 홍콩 내 한국 음식점 수는 479개에 달한다.
한국과 홍콩 간 교역도 증가세를 지속해 무역액이 작년 344억 달러로 주권반환 해인 1997년 126억 달러의 2.6배로 증가했다.
홍콩은 교역 규모에서 한국의 5대 시장이며 무역수지 흑자 면에서는 중국에 이어 2대 시장이다.
특히 한국 화장품은 홍콩 민간소비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인 방문객의 구매 열풍에 힘입어 수출증가율이 2015년 24.4%에서 작년 78.7%로 확대됐다.
홍창표 코트라 홍콩무역관장은 "한한령에도 한류 연예인이나 한류상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가 여전하다"며 "풍선효과 때문에 홍콩을 경유해 한류상품과 문화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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